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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08일 14:18 박상혁 기자

"금연" 표지판 앞에 모여 뻐끔뻐끔…얼굴 찌푸려도 막을 사람이 없다

서울시내 금연 구역 곳곳에서 담배연기가 끊이지 않는다. 금연 표지판이 있지만, 흡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운다. 단속을 맡은 보건소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실질적 관리가 어렵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엔 이른 아침부터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명동성당 앞엔 연초·전자담배를 문 채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시민 3명이 있었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퍼지는 담배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며 발길을 돌렸다.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앞에도 직원 등 4명이 금연 구역을 알리는 스티커 옆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눴다.

서울 종로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사동길 인근 거리엔 '금연 구역' 안내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20명 넘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흡연하고 있었다. 뿌연 연기가 주변을 뒤덮었고, 담배 냄새는 멀리서도 났다. 인근 회사 앞 거리에도 '담배꽁초 무단투기 금지' 문구가 있었지만, 바닥엔 버려진 꽁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금연 구역 단속과 과태료 부과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소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단속 구역은 넓지만,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종로구 보건소 관계자는 "흡연 단속반 4명이 2인 1조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순찰하고, 위반자를 적발하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 하지만 이 정도론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을 늘리고 싶어도 예산이 부족해 어렵다"라고 말했다.

중구 보건소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장소는 강제성이 있지만, 단속반의 현장 적발이 이뤄져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단속 인원은 6명으로, 상시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구 자체적으로 흡연실 9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공간 부족으로 추가 설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구와 종로구에는 각각 428곳, 337곳의 금연 구역이 지정돼 있다. 두 자치구의 단속 인력은 총 10명으로, 단순 계산하면 1명이 76개 구역을 담당해야 하는 셈이다.

종로구에서 4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60대 여성 A씨는 "가게 안까지 담배 냄새가 들어와 고통스럽다.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민원을 계속해서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익용씨(60)는 "금연 구역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시민 의식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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