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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12일 08:37 윤혜주 기자

빚 숨기고 결혼한 남편 "아내가 술 마시면 때려"…혼인파탄 책임 누가?

1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5년 차 남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등으로 수천만원 정도되는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아내 B씨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그 정도면 월급으로 충분히 갚아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아 B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싸움이 잦아졌다.

A씨는 "퇴근 후 배달 일까지 하면서 예정보다 빠르게 빚을 다 갚았다"며 "그러나 아내 마음은 돌릴 수 없었다"고 했다. B씨는 A씨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주변에 튄다며 앉아서 보라고 매번 지적하는가 하면, 용돈을 점심값과 교통비만 줘서 다른 약속을 못 잡게 했다고 한다.

A씨는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제가 잘못한 것이 있기 때문에 아내 눈치를 보고 있다"며 "심지어 아내는 술을 마시고 저에게 소리를 지르며 때리기도 한다. 아내는 계속 이혼을 하고 싶어하지만, 제가 이혼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다"고 조언을 구했다.

임형창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A씨가 혼자 충분히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말을 안했겠지만 얘기할 건 해야한다"면서도 "이 경우 단순히 결혼 전 빚이 있는데 말을 하지 않았고, 결혼 후 갚을 수 있는 수준의 빚이었으므로 혼인 취소 사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갚을 수 없는 억대의 빚이 있는데도 재력가라고 속이거나, 명문대 출신이 아닌데 명문대 출신이라고 하며 자신의 집안과 재산까지 속이거나, 실제 결혼할 의사가 없으면서 상대방에게 예복비 등을 편취하기 위해 결혼했다면 혼인 취소가 인정될 수 있지만 A씨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는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이 경과하면 청구할 수 없는데, B씨는 A씨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을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아 알게 됐고 현재 결혼한 지 5년차라 혼인 취소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건 오히려 A씨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임 변호사는 "비록 A씨가 빚을 숨기고 결혼했지만 이미 다 갚은 상황이고 따로 가출을 했다거나 외도를 했다거나 B씨에게 폭언, 폭행을 한 사실도 없다"며 "오히려 B씨가 남편이 빚을 숨긴 사실을 빌미로 A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때리고, 결벽증 증세로 괴롭히면서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재판상 이혼원인을 규정한 민법 제 840조에 대해 유책주의로 해석한다"며 "혼인생활 파탄의 주된 책임이 B씨에게 있어서 B씨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오히려 A씨가 할 수 있다"고 봤다.

이혼 시 재산분할에 대해선 "혼인 기간이 5년으로 짧고 B씨는 전업주부로 소득이 없었기 때문에 재산분할을 하더라도 A씨의 기여도가 더 높다. A씨가 이혼을 청구하게 된다면 재산의 80% 정도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게다가 B씨에게 폭행, 폭언 등의 귀책 사유가 있기 때문에 재산분할과 별개로 위자료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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