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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13일 16:13 김선아 기자

리가켐바이오, 빅파마 미끄러진 STING 작용제로 ADC 개발 격차 벌린다

국내 대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업 리가켐바이오가 새로운 모달리티(약물 전달 방식)인 항체-면역조절접합체(AIC) 개발을 본격화한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독성 문제로 손을 뗀 인터페론 유전자 자극 단백질(STING) 작용제 개발에 성공하면서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는 이날 와이바이오로직스로부터 신규 항체를 기술도입(L/I)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항체의 타깃은 공개하지 않았다. 리가켐바이오는 해당 항체와 자체 개발한 STING 작용제를 활용해 항체-면역조절접합체(AIC)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C는 ADC에서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 세포독성 페이로드 대신 면역조절제를 접합시킨 차세대 모달리티다.

STING 작용제는 면역조절제의 일종으로, 면역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STING 단백질을 활성화해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여겨져 주목받았다. 그러나 독성 문제로 머크(MSD), 에자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많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개발을 중단했다. 미국 바이오텍 머사나 테라퓨틱스는 STING 작용제를 페이로드로 사용한 AIC 신약 'XMT-2056'의 임상 1상에 돌입했으나 약물의 독성 문제로 환자가 사망하면서 임상이 중단됐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 4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암학회(AACR)에 참가해 자체 개발한 STING 작용제 'LCB39'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LCB39는 단독으로 투약했을 때와 항체-약물접합체(ADC), 면역관문억제제(ICI)와 병용했을 때 모두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리가켐바이오의 자체 기술을 통해 정상세포 투과율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하면서다. LCB39의 임상은 2026년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리가켐바이오가 와이바이오로직스의 항체를 활용해 개발하는 AIC에 사용되는 STING 작용제도 LCB39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AIC 개발에 쓰이는 STING 작용제는 LCB39와 같은 기전이긴 하지만 서로 다른 물질"이라며 "LCB39의 페이로드 버전을 따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톡신과 면역조절제를 같이 붙이는 이중 페이로드 개념의 항체-약물-면역조절접합체(ADIC) 개발 과제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ADC 치료제 '엔허투'의 성공 이후 전세계적으로 ADC 개발 붐이 일면서 국내에도 ADC 개발에 나선 회사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가켐바이오는 AIC, ADIC 등 ADC를 넘어설 새로운 모달리티 개발에 속도를 내며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리가켐바이오의 접근법 자체가 남들이 실패한 것을 성공시키는 방식인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리가켐바이오는 뛰어난 케미칼 역량을 기반으로 다른 회사들이 독성 때문에 실패한 것을 개선해 우위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며 "피롤로벤조디아제핀(PBD) 등 독성 때문에 개발이 중단된 것을 다시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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