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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15일 13:34 박정렬 기자

"중증" 천식인데 큰 병원서 홀대?…"이것 때문" 의사들 걱정하는 이유

생명을 위협받는 중증 천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홀대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중증 환자 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현재 질병 코드상 '중증' 천식은 별도 구분되지 않고 '일반 질병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김상헌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총무이사)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학회 국제학술대회를 앞두고 머니투데이와 만나 "중증 천식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중증 천식은 일반 천식 환자가 쓰는 고용량 흡입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확장제 등 복합 치료에도 기침,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3~5%가 천식을 앓고 이 중 5~10%가 중증 천식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증 천식 환자는 조절되지 않는 증상으로 병원을 더 자주 찾고 건강이 악화할 위험도 크다. 전체 천식 환자 의료비의 50% 이상을 쓰고, 일반 인구 대비 사망률은 2.35배 높다. 정재원 일산백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학회 보험이사)는 "사회경제적 부담 외에도 폐 기능 저하로 인한 신체 활동의 제약,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에 의한 부작용, 반복되는 악화 등으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천식은 호흡기 증상이 특징이지만 알고 보면 면역 반응에 의한 알레르기 질환의 일종이다. 개인별 염증 특성을 파악하고 부비동염, 만성 비염, 위식도역류질환,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동반 질환에 대한 평가·치료를 병행해야 치료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 개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이 다뤄야 할 중증 천식 환자가 앞으로 홀대받을 위기라는 게 학회의 판단이다. 중증 천식이 질병코드 상 일반진료 질병군으로 분류돼 중증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의정 갈등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체질 개선이 요구되면서 중증·응급·희귀 질환 진료량에 비례해 지원에 차등을 두게 됐는데 '중증 천식'은 정작 중증에 해당하지 않아 적극적인 환자 관리·치료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중증 천식 환자의 생물학적 제제 사용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학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된다. 과거에는 중증 천식 치료제가 마땅치 않아 부작용 우려가 큰 경구 스테로이드를 어쩔 수 없이 장기간·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중증 천식 자체만으로도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큰데, 스테로이드 사용에 따른 감염·골절 등 '이중고'를 감수해야 했다.

다행히 일부 생물학적 제제가 중증 호산구성 천식 치료 허가를 받은 데 이어 건강보험이 적용, 환자의 '숨통'이 트였지만 악화 빈도·스테로이드 사용 등 급여 조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보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본인 일부 부담 관련 규정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받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는 약값의 60%를 직접 내야 하는데, 보험급여를 적용받아도 연간 최소 500만원 이상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중증 건선 등과 같이 생물학적제제 치료가 필요한 중증·난치질환은 산정특례가 적용돼 약값의 5% 또는 10%만 부담하는 데 중증 천식은 훨씬 높다. 전액 본인 부담 약제의 경우 연간 치료비는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의료계에서는 "피부 질환도 산정특례를 적용받는데 생사가 달린 호흡기 질환은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헌 교수는 "중증 천식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최적의 치료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산정특례 적용이 필요하다"며 "중증 천식의 효과적인 치료는 장기적으로 의료비는 물론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가 크므로 현행 중증도 분류 체계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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