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불확실성에 몸사리는 빅파마…K바이오, 기회냐 위기냐
바이오 업계에도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빅파마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국내 바이오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오히려 국내 바이오텍에게 기회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빅파마들의 수익구조가 흔들릴 경우 국내 바이오텍에도 점차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단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정된 기회를 두고 급격히 성장 중인 중국 바이오텍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2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보건복지부(HSS)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환자에게 최혜국 수준의 처방약 가격 제공'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제약협회(phRMA)는 지난 12일 최혜국 약가와 관련해 제약사들이 미국에 투자하려는 수천억달러의 자금을 위태롭게 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빅파마들은 급격한 가격 인하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R&D와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빅파마들이 미국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R&D 투자 위축 가능성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론 투자를 늘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빅파마는 수익성 확대를 모색함과 동시에 R&D 투자 역시 확대해 회계상 이익을 축소하고 수익성 희석 효과를 노릴 수 있다"며 "아시아와 중국 바이오제약 산업의 부상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바이오텍들은 아직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진 않은 분위기다. 의약품 관세에 이어 약가 인하 정책에서도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은 여전히 무풍지대일 것이란 시각이 많다. 블록버스터 약물의 특허 만료 후 전략이나 의약품 마진율을 높일 수 있는 제형 기술을 중심으로 향후 협력이 증가할 것이며, 블록버스터 약물과의 병용요법 임상이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받는 순간 새로운 약 기준으로 특허가 연장되고, 새로운 약가로 들어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비즈니스의 핵심은 파이를 확장하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빅파마들은 자신들이 뚫고 싶은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좋은 병용 약물이 있으면 초기 단계에서도 가져가기 때문에 바이오텍들에게 큰 여파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국내 바이오텍 BD(사업개발)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정책 발표가 실제로 빅파마 내부의 정책과 파이프라인 전략에까지 반영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산업의 방향성과 전략 변화에 따라 바이오텍에도 점차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확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 확률이 높은 파이프라인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 복병이다. 허 연구원은 "빅파마들이 높아지는 불확실성에 리스크가 낮은 후기 단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임상 개념검증(PoC) 데이터를 보유해야 기술 이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내 활발한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바이오텍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바이오텍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성사되는 기술이전을 보면 대부분 중국 기업들이 갖고 있는 후기 단계의 물질"이라며 "빅파마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어중간한 초기 단계의 연구 물질을 기술도입하는 것보단 임상 2상, 3상에 있는 성공 확률이 큰 물질에 더 베팅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약가인하를 포함해 관세,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력 변화 등 최근의 전체적인 흐름 자체가 불확실성이다 보니 기술도입(L/I)을 하는 회사들이 많지 않다"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선 빅파마들이 내부적으론 R&D를 축소하더라도 충분한 현금 여력이 있다보니 싼 값에 나올 회사들을 인수합병(M&A)하는 전략을 쓰는 게 일종의 사이클이라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약가 인하 정책이 실현돼 빅파마들의 수익성이 낮아지면 신약 개발 동력이 약화되고 한국 기업으로선 기술이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예전처럼 가능성 있는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사가서 개발해보는 식의 기술이전은 멈추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가 미국 시장만 지향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정부가 저분자 화합물은 저개발국에서 기회를 찾고, 혁신신약도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 중국 등 다양한 국가로 접근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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