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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04일 15:52 이병권 기자

"여보, 대출 잘 되던데?" 은행 따라 갈린 희비…눈치게임 시작됐다

은행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비롯한 가계대출 관리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총량 여유가 부족한 은행들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도입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문턱을 높인 반면, 총량에 여유가 있는 은행들은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9일부터 수도권 소재 1주택자 차주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취급을 일시 제한한다. 지난해 9월 수도권 소재의 2주택 이상 차주에 대해서 주택구입자금 용도의 대출을 제한했는데 아예 '유주택자 제한'으로 한 단계 더 강화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2일에도 은행재원 대면 전세자금대출의 타행 대환 취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최근에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도 한시 중단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 지원을 위한 안정적인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대출 조건을 변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이날 'KB스타아파트담보대출' 중 주기형과 혼합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17%P(포인트) 인상했다. 수요 조정 목적의 조정으로 비대면과 대면 대출 금리를 동일하게 운영한다. 대신 비대면 대출의 1일 접수 한도는 기존 150건에서 500건 이상으로 확대된다.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을 앞두고 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대출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예상되면서 이들 은행이 가계대출 규제를 더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순서대로 올해 들어 대형은행들 가운데 가계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은행이기도 하다.

반면 가계대출 총량에 여유가 있는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낮추는 모양새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서울 등 전 지역의 주담대 만기를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급증했을 때 줄였던 만기를 원상 복구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 '하나원큐 아파트론'의 대출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했다. 비대면 주담대 한도도 5억원에서 7억원으로 확대했다. 지난 2월 줄였던 한도를 4개월 만에 되돌렸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순서대로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액이 가장 적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라는 큰 틀에서 은행마다 규제를 달리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모르는 만큼 은행마다 대출 정책을 두고 눈치도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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