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통화가 조율 중인 가운데 그 시점과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문재인 전 대통령 모두 당선과 취임 당일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전례에 비춰볼 때 이 대통령의 통화도 임기 첫날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취임 셋째날 오전에도 통화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6일 외교 소식통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오후까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미 정상 간 통화 일정이 조율됐다. 양국 정상의 일정과 시차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날 첫 통화가 이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약 1시간30분 동안 통화를 마치면서 이 대통령과의 통화도 곧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한미 정상 간 첫 통화가 상견례 성격이 강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반적인 프로토콜(protocol·외교 의례)을 벗어난 주제를 거론할 경우까지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취임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강조했다.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일본·중국·러시아·북한 등과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외교관계를 설정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에 한국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미 정상회담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대선 후보시절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맨 앞에 가면 안 된다"며 "(미국이) 매를 들고 (누구든) 때리려고 기다릴 때는 (우리는) 늦게 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 세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만큼 타국의 협상 전략과 결과를 지켜본 뒤 한국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한미 정상회담은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또는 오는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수 있지만 이 대통령이 내치 전념 등으로 불참할 수 있다.
한미 정상 간 통화가 기존과 달리 늦어지는 배경으로 트럼프 2기의 '중국 견제' 목적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백악관은 이 대통령의 취임선서 발표 직전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 정부에 양국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례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은 이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 사전 견제의 의미를 담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도 지난달 31일 아시아안보회의 연설을 통해 한국 등 동맹을 겨냥해 안보는 미국에 의지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지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외교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백악관의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입장'에 대해 "우리 대선 결과에 대한 미측의 공식 입장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잘 나타나 있다"며 "미 백악관 공보실의 발언은 한국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진행됐다는 데 방점이 있었고, 함께 언급된 중국 관련 내용은 한국 대선과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