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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09일 15:04 김종훈 기자

"한국, 4대 엔터상 다 받았다"…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뮤지컬 본토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최고 영예로 여겨지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관왕을 차지했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이 △뮤지컬 작품상 △각본상 △작곡·작사상 △무대 디자인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작곡가 윌 애런슨과 함께 이 작품을 만든 박천휴 작가는 수상 후 인터뷰에서 "반딧불이 팬들 덕분"이라며 관객과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특별한 상을 공동 수상한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박 작가는 "한국어, 영어로 대본을 썼기 때문에 언어를 오가며 다투고 소리지르곤 했다"며 애런슨과 함께 웃고서는 "정말 놀랍다"고 답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남자 주인공 '올리버'를 연기,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배우 대런 크리스는 "'이 여정이 계획 같지는 않아도 출발할 때보다는 달라진 게 있어야 한다'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대사가 떠오른다"며 "정말로 어쩌면 해피엔딩이 됐다"고 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총 10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올라 경쟁작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죽어야 사는 여자'(Death Becomes Her)와 함께 최다 부문에 입후보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6관왕을 이룬 부문 외에 △의상 디자인 △조명 디자인 △음향 디자인 △오케스트라 등 4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올랐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을 시작으로 슬픔, 그리움 같은 인간의 감정을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브로드웨이 첫 무대를 열었다. 이후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 드라마 리그 어워즈, 외부 비평가 협회 등 미국 현지에서 여러 상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NYT는 "표면적으로는 두 로봇 사이에서 싹트는 사랑을 표현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고립과 관계의 재생이 가져다주는 힘을 그린 작품"이라며 "낯선 제목, 친숙하지 않은 소재를 들고 유명 쇼, 배우들이 장악한 업계에서 성공을 거뒀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모든 가능성을 뒤엎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이번 토니상 수상으로 한국은 미국 엔터테인먼트계에서 가장 중요한 4대 상인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모두 수상했다"며 '에고트'(EGOT·4개 상 앞글자를 딴 단어) 지위를 얻었다"고 평했다.

그래미상은 음악 산업에서 최고 업적을 달성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1993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이후 음악감독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가 2012년, 2016년에 수상했다. 미국 방송계와 영화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과 아카데미상은 2022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2020년 영화 '기생충'이 수상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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