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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09일 15:19 정혜인 기자

"르노, 우크라서 드론 생산"…방산 겨냥하는 유럽 자동차들

포르쉐SE도 방위산업 장기투자 분야 검토…
"정부 지원으로 수익성 높을 것으로 판단"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가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드론(무인기)을 생산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는 방안을 프랑스 국방부와 논의 중이다. 독일 포르쉐SE에 이어 르노까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방위산업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의 재무장 움직임과 수요 부진 등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입장이 맞물려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르노는 이날 프랑스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의 드론 생산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언론 프랑스인포(France Info)에 따르면 르노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수십~수백km 떨어진 곳에 드론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전해진다.

르노 대변인은 성명에서 "프랑스 국방부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며 "(우크라이나 내 드론 생산이)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국방부의 추가 세부 사항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측은 자동차 제조업체에 우크라이나 드론 생산 관련 사업 참여 여부를 밝히라고 요청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업체명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일 프랑스 뉴스 채널 LCI 인터뷰에서 "프랑스 자동차 업체와 중소 방위업체 간 파트너십을 연결해 우크라이나 내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생산된) 드론은 우크라이나군 전용이지만 프랑스군에도 작전 및 전술 훈련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프랑스군에도 드론이 공급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르노의 드론 생산 검토는 최근 유럽 각국의 국방비 증액 움직임 속 방위산업 투자를 고려하는 비(非)방산 업체들이 늘어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 등에 따라 유럽 각국이 국방비 증액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무기 생산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보는 비방산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독일 대표 자동차그룹인 폭스바겐의 최대 주주 포르쉐SE는 지난 3월 방위산업을 잠재적인 장기 투자 분야로 언급하며 방위산업 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루츠 메쉬케 포르쉐SE 투자담당 이사는 지난 2월 "국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방위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었다.

이들 자동차 기업의 방산이 낯선 것은 아니다. 르노는 제1차 세계대전 때 군 수송차량·탱크·항공기 엔진·포탄 등 군수용품을 프랑스군에 공급했고, 포르쉐SE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차량을 생산했었다.

블룸버그는 "유럽 자동차 업체의 방위산업 투자 검토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무역 갈등 심화와 수요 감소 위기를 정부의 재정적 지원으로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위산업 복귀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국가들은 현재 미국의 안보 지원 감소 가능성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한 국방비 증액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국방비 증액을 위해 지난 3월 5000억유로(약 792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국방 지출에 대한 부채한도 규정을 면제한다는 내용이 담긴 기본법(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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