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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09일 13:47 정진우|유예림 기자|기자

"라면 1개 2천원? 대부분 1천원 안팎"…대통령 언급 라면 가격 보니

"최근에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요?"

이재명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농심· 삼양식품·오뚜기 등 라면 3사를 비롯한 식품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오늘(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2차 비상경제점검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고물가를 언급하며 관련부처에 직접 물가안정 대책을 주문했다.

식품업계에선 이 대통령이 서민들의 대표 음식인 라면을 예로 들었을뿐 전반적인 물가 상황을 지적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1%대로 내렸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등 먹거리 물가가 치솟고 있어서다. 가공식품은 두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4%대, 외식은 넉 달째 3%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라면 가격은 올 들어 4.59% 오르며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1.31%)을 5.9%포인트(p) 상회했다.

라면업계는 억울하단 입장이다. 대부분 봉지라면은 1봉에 1000원 안팎이고, 프리미엄 신제품 등 일부 제품이 2000원 안팎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봉지라면의 개당 소비자가격은 보통 600~900원대이며, 편의점 낱개 판매가도 1200~1500원 선이다. 일부 프리미엄 제품이나 한정판 제품의 경우만 1800~2000원을 넘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개당 2000원이 넘는 라면은 주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고 △농심 둥지냉면 2250원 △오뚜기 열튀김우동 대컵, 열치즈라면 대컵, 열광라볶이, 짜슐랭 대컵, 마슐랭 마라탕 2000원 △삼양식품 탱글 대컵 2500원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 2200원 등이다.

농심은 지난 3월 신라면 1개당 가격을 5% 올렸는데, 출고가 기준 950원에서 1000원으로 50원 인상했다. 한 라면업체 관계자는 "봉지라면 기준으로 할인 행사 등 감안하면 대부분 라면이 2000원이 안된다"며 "2000원이 넘는 라면은 편의점 용기면을 비롯해 프리미엄 라면 등 일부 제품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가공식품 업체들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국정공백 기간을 틈타 제품 가격을 많이 올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6개월간 제품 가격을 올린 업체는 60개에 달한다. 그간 가격 인상을 자제해온 기업들이 대통령 탄핵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커피와 라면, 과자, 음료 등 가격을 올렸단 것이다. 외식업체들 역시 이 기간에 먹거리 가격을 많이 인상했단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후위기 등으로 각종 원·부자재값이 오른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인상, 물류비와 인건비 등 경영비 부담 가중으로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결정과당(원/kg)의 값은 2023년 1817원이었는데 지난해 1876원으로 소폭 올랐다가 올해 4월말 1970원까지 크게 뛰었다. 원·달러 환율 역시 2023년 1308원에서 지난해 1367원으로 오르더니 올해 4월말엔 1422원까지 치솟았다. 인건비 기준이 되는 최저임금도 시간당 1만원이 넘는다. 2023년엔 9620원, 지난해엔 9860원이었다.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식품업체들로선 환율 변동과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에 민감한데다 내수 비중이 클수록 더욱 심각한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다. 한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민생경제를 생각해 가격인상을 자제했지만 환율상승 등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제품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선 당분간 식품기업과 외식업체 등이 추가로 가격을 올리긴 힘들 것으로 본다. 새 정부 출범 후 이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과 각 부처에서 민생회복 등 물가안정을 적극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인상 이슈는 업체들에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4일)부터 '비상경제점검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이튿날(5일)엔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열어 경제 현안을 보고 받는 등 연일 민생경제를 챙기고 있다. 아울러 현충일(6일)엔 직접 전통시장을 방문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의 수입 원재료 할당관세, 수입부가가치세 면제 등 세제와 금융지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가공식품은 국민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우리 식품업계는 소비자 부담 최소화를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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