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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16일 23:59 정혜인 기자

"보복 대응" 물릴 명분 약한데…이란의 다른 선택지는?

외신들에 따르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정치·군사·핵 담당 고문으로 미국과 핵 협상에 관여했던 알리 샴하니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샴하니 고문은 앞서 대이란 경제 제재 전면 해제를 조건으로 고농축 우라늄 보유를 포기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과 미국 간 핵 협상 진전을 막고자 샴하니 고문 등 관련 인물을 저격했다고 본다.

미국과 협상 중에 이스라엘에 일격을 받고, 핵 과학자들에 협상장의 주요 인물까지 사망하면서 이란 내에선 강경론도 인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최근 국영 TV를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란 의회의 한 핵심 위원회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주장했다. 이란이 협상 재개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낼 명분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16일 중동 매체인 알자지라를 비롯해 뉴욕타임스(NYT)·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을 종합하면 이란이 결국에는 보복 공격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올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제난과 여성인권 탄압 등 국내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겹쳐 큰 위기에 직면한 하메네이 정권의 안정화를 위해선, 이란 핵시설 파괴 능력을 갖춘 미국과 직접 충돌 아닌 협상 재개 등 외교적 해결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NYT는 "이란은 분명 협상 재개를 원한다"며 "협상은 대부분의 방공망을 잃고,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할 방법도 제한적인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 등 이란이 움직일 수 있는 세력도 약화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잔 멀로니 이란 전문가는 "현재 이란 정부의 영향력은 이라크의 공격이 있었던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약화했고,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며 "현재 합의 도달 여부는 불확실하나 이란은 외교를 실존적 위기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이란 입장에서 미국이 이번 분쟁에 개입해 미국과 직접적으로 충돌하게 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란 정권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도우며 전투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거나 미국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일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엔 이란이 보복을 멈추고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봤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 압박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해 국제 원유 공급망과 물류 시장을 위협하는 방법을 선택할 거란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알자지라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동시에 자극하고, 이란 경제에도 영향을 줘 국내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란은 핵 보유국인 미국과 이스라엘이 개입하는 지역(중동) 전쟁으로 확대되기 전 이번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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