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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30일 19:56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중국 3년만에 따라갈줄 아무도 몰랐다…양자전쟁은 이제 시작"

AI(인공지능) 이후 미래 첨단과학 화두로 손꼽히는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중국의 미국 추격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현장 연구자의 진단이 나왔다. 중성자 기반 양자컴퓨팅 등 새 기술 패러다임이 속출하는 만큼 선두와 추격자 간 격차도 언제든 좁아질 수 있다. 미국의 중국 양자기술 제재가 중국 요소부품 기술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기환 칭화대 교수는 30일 베이징 KOSTEC(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에서 진행된 한중과기포럼에서 "미국의 구글이 어젠다를 만들어냈을 때 아무도 중국과기대가 3년 만에 뒤따라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앞으로 갈 길은 멀고 어떤 나라, 어떤 기술이 '위너'(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 내에서 활동해 온 한국인 연구자 중 하나로 양자역학 분야 권위자다. 중국 칭화대서 연구하다가 이르면 오는 10월 IBS(기초과학연구원)에 합류할 예정이다. 신설될 '이온트랩 기반 양자정보과학연구단(가칭)'의 초대 단장으로 내정돼 있다. 미국이나 유럽, 중국에 비해 크게 늦은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 양자기술 연구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갈길은 멀고 누가 '위너'될지 모른다"

김 교수가 언급한 '구글의 어젠다 형성'은 2019년 구글이 수행한 양자우월성 실험이다. 구글 연구팀은 53큐빗(기존 컴퓨터의 비트에 해당하는 양자컴퓨터 최소단위) 양자컴퓨터를 사용해 특정 확률 분포를 생성하는 복잡한 계산(시커모어)을 수행, 같은해 네이처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구글은 당시 "이 계산은 슈퍼컴퓨터로 1만년 이상 걸릴 계산"이라고 주장했고, 이는 양자역학 분야에서 '양자우월성 실현 선언'이라고 불리며 연구의 한 이정표가 됐다. 그런데 중국과기대는 2023~24년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를 통해 유사한 유형의 양자우월성 실험을 재현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에선 "구글을 3년 만에 따라잡았으며, 이미 기술격차가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 분야의 큰 흐름은 미국을 위시한 대형 기업들이 어젠다를 만들면서 2~3년, 혹은 5~6년 내 구체적인 실현 과제를 세우면 중국과기대 등 중국 연구기관들이 빠르게 쫓아가는 구조"라며 "양자컴퓨터 분야에선 논문 수를 기준으로 비교할 때 미국이 가장 앞서지만 중국도 이에 비견될 정도로 많은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중성자 기반으로 판 바뀔수도...이제 막 개화하는 시장"

양자기술은 말 그대로 이제 막 개화하는 시장이다. '양자기술을 완벽히 이해했다는 연구자는 가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형화한 기술도 없고 상용화할 방법도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대략 양자를 활용하면 고도의 암호를 풀어낼 수 있고, 이를 역으로 이용해 복잡한 신약 개발이나 신물질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만 있을 뿐이다.

미국이 분명 앞서가고 있지만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뀔 만한 시도들이 빈번하다는 점에서 격차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 교수는 "2023년까지만 해도 중성원자(중성자) 기반 양자컴퓨터는 연구 후보로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하버드대 연구팀이 중성자를 통해 에러 보정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며 "엄청나게 많은 중국 연구자들이 이를 추종해 중성자 기반 양자컴퓨팅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성자 기반 양자컴퓨팅은 양자연구 숙원이자 최종 목표인 '많은 큐빗, 적은 에러'를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으로 일단 각광받고 있다. 연산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양자컴퓨팅인 만큼 에러도 크게 늘어난다. 이걸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할 수 있는 분수령이고, 아직 어떤 기술이 정답이라는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선두권과 격차가 있는 한국의 양자기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사를 주관한 김준연 한중과기협력센터장은 "선두주자들이 기존 경로에 '락인'(고착화) 돼 버리면 후발주자들에게 추격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전자나 광자에 올인했다가 새로운 경로가 생기면 새로운 생태계가 펼쳐진다는 게 관전포인트이며 새로운 것을 탐색하다보면 (한국에도) 국제적인 협력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술제재, 요소기술 등 중국 약진 불러와"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중국의 양자기술 연구는 정부기관과 국립대학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 교수는 "중국 내 연구는 중국과학원과 중국과기대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국제적 회사도 여럿 탄생했다"며 "허베이 양자국립연구소가 2022년 완공됐는데 외부에 연구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양자기술 제재는 연구의 핵심인 요소기술 등 면에서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김 교수는 "양자연구 하드웨어 개발을 위해 냉동기 등 굉장히 다양한 요소부품이 필요한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입이 안 된다"며 "중국 정부가 공급망의 취약한 지점을 확인하고 대체품 개발을 지원해 냉동기 같은 경우는 수입 중단 2년여 만에 중국 대체품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이크로웨이브를 콘트롤하는 장비의 경우엔 훨씬 이전부터 수입이 막혔는데 이제는 중국 장비들이 굉장히 잘 작동하는 한편 가격은 선진국 제품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며 "레이저 장비의 경우 이전엔 독일 기업이 시장을 점유했지만 이제는 중국 기업들이 독일 제품을 국내 시장에서 거의 모두 몰아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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