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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08일 09:57 유엄식 기자

"7조 기업을 1조로"..M&A 절박한 홈플러스 "갭투자" 인수 제안

업계에선 고용 문제 노사 합의, MBK 추가 지원 필요성 제기

"7조원짜리 아파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엔 2조9000억원의 전세가 들어가 있고, 전 주인은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새 매수자는 이 아파트의 부동산을 담보로 2조원을 빌려 전세 일부를 갚고, 남은 일부만 현금으로 메운다면 실제 현금 1조원 미만으로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구조입니다."

홈플러스는 8일 언론에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결정한 '회생 전 인수합병(M&A)'을 성사하려는 회사 측의 절박함과 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희생'을 강조한 표현이지만 2만여명의 임직원의 고용과 회사 존망이 걸린 문제를 '부동산 갭투자'로 빗댄 것은 적절치 못하단 지적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이날 삼일회계법인이 제출한 회사 존속 가치 보고서를 인용해 "총자산은 약 6조8500억원, 부채는 약 2조9000억원으로 순자산 기준 기업가치는 약 4조원에 달한다"며 "여기에 홈플러스 브랜드, 사업 지속 가능성, 보유 부동산 등을 반영한다면 전체 기업가치는 약 7조원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이번 회생절차 과정에서 MBK가 2.5조원 규모의 보통주를 무상소각하고 권리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새로운 인수자에게 기존 지분 인수 부담 없이 신규 자금 투입을 통해 곧바로 지배권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며 "이로써 인수자는 홈플러스를 조사보고서상 청산가치인 약 3조7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해 인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회생 실무상 M&A 과정에서 최소한 청산가치 이상으로 기업가치가 정해지는 만큼, 실질 기업가치의 절반 수준인 3조3000억원의 할인 효과를 얻게 된다는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홈플러스는 새로운 인수자 나타나면 채권자의 동의를 확보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전체 채권 규모가 2조9000억원(회생채권 약 2조7000억원)인데 인수자가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를 3조7000억원으로 평가해서 인수한다면 채권 규모보다 많기 때문에 채권자들이 대체로 동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홈플러스는 또 "현재 보유 중인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면 일반적인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할 때 약 2조원 내외의 자금 차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부채 중 즉시 상환이 필요한 약 2조5000억~2조7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담보 차입 2조원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부족분을 현금으로 충당하면 실제 인수자가 투입할 자금은 1조원 이하란게 홈플러스측 설명이다.

유통업계에선 홈플러스의 이같은 행보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회생 전 M&A'를 성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하면서도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인수금액을 논의하기에 앞서 민감한 고용 승계 문제 등을 노사 합의로 타결하고, MBK가 보통주 무상증자 외에도 김병주 회장의 추가 사재 출연 등을 통해 자금난 리스크를 더 낮춰야 한단게 중론이다.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인수 기업 입장에선 매각대금보단 부실한 재무 상태와 임직원 2만명의 고용 승계 문제가 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안팎에선 홈플러스 인수전에 국내 유통 대기업보단 자금력을 갖춘 중국 등 해외 업체나 부동산 개발사가 인수를 타진할 것으론 관측이 우세하다.

향후 2~3개월 안에 M&A가 성사되면 홈플러스는 극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하면 청산 절차를 거쳐 회사가 공중분해 되고, 2만여명 임직원의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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