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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09일 09:04 변휘 기자

"나 미국 국무장관인데…" AI로 외국장관·의원·주지사 농락

AI(인공지능) 기술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목소리와 문체를 학습해 외국 관리들을 속이려 했던 사칭 범죄가 발생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를 노린 사이버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흐름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무부 문서와 고위 당국자 취재를 바탕으로 루비오 장관을 사칭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3일자 국무부 문서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 사칭범은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3명의 다른 나라 외교장관과 미국의 주지사, 연방 상원의원 등 최소 5명에게 연락했다. 사칭범은 AI 기술을 활용해 루비오 장관의 음성과 문체를 모방했다. 다만 사칭범의 메시지를 받은 이들이 실제 답변을 했거나 피해를 입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 당국은 사칭범이 정보를 탈취하거나 개인 계정에 접근해, 이들을 조종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분석했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상황을 모니터링해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 보호의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향후 사고 예방을 위한 국무부의 사이버 보안 태세 개선 조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안상 이유"로 사건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올해 4월부터 악의적인 해커그룹이 미국의 고위 관리들을 사칭해 "미 연방 또는 주 정부의 전·현직 관리들과 그들의 지인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주로 정보나 자금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사이버 범죄의 표적이 됐다. 올해 초 온라인에 루비오 장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하고 싶다"고 말하는 딥페이크 영상이 퍼졌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해당 영상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올해 5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휴대폰 해킹 피해를 입었다. 해킹범은 와일스 실장을 흉내내며 미국 상원의원, 주지사, 기업 임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백악관과 FBI가 사건을 조사했지만 결과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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