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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16일 08:38 김주현 기자

이창용 "한은의 거시건전성 역할 강화해야"

"직접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없어, 정책 대응 신속성 떨어질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한은은 직접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이 없기 때문에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2025 ADB(아시아개발은행)-BOK-JIMF 공동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발표에서 팬데믹 이후 금리인상기와 최근 금리인하기에서의 금리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의 통화정책을 통해 얻은 교훈으로는 △중앙은행과 정부간 정책 공조 △정책 커뮤니케이션 과제 △국가별 적용의 유연성 등을 꼽았다.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 간 유기적 공조의 예로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동결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8월엔)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금융불균형 확대를 부추길 우려가 있었다"며 "우선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의 8월 금리동결과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에 힘입어 9월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됐고, 한은도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일부 완화해 10월과 11월 연속 인하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거시건전성 정책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 총재는 "여러 기관이 정책 수단을 나눠 가진 경우 기관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한국은 기획재정부와 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4개 기관이 매주 정례적으로만나 경제·금융 상황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직접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감독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정부와의 조율 과정에서 정책 강도나 방향에 이견이 있을 경우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시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도 제약될 수 있다"며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그 수단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대외요인을 통제하기 어려운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며 "이런 여건을 감안하면서 시장에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 조합이 국가·시기별로 유연하게 적용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과거보다 환율 상승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배경은 4000억달러를 웃도는 외환보유액과 외환시장의 구조적 변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지금은 원칙적으로 시장에서 환율 수준이 결정되도록 하고, 대내외 충격으로 환율 변동 속도가 급격히 확대될 경우만 금리정책과 외환시장개입 등으로 속도를 조절한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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