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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18일 13:51 세종=조규희 기자

2주 남짓 남은 관세 협상…국내 논의 난항으로 협상력 잃어가는 통상?

마이클 비먼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17일 공개된 한미경제연구소(KEI) 팟캐스트에서 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 관세 부과를 시사한 8월 1일까지 2주 남짓 남은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협상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국내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빠르게 관계부처 간 최종 협상 카드를 만들어 적어도 다음 주부터는 미국과 '주고 받는' 실질 협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협상을 이끌어갈 통상 당국의 권한은 없고 부처간 조율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시작은 이랬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농산물 분야는 분명 민감하고 지켜야 할 부분이 있지만 전체 협상 틀 속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협상을 담당하는 수장이 민감한 이슈에 대해 국내 합의를 강조하면서도 주요한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을 내비친 셈인데 주무부처를 포함해 대통령실은 선 긋기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여 본부장이 언급한 내용은 대통령실과 사전에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여 본부장의 발언과 관련해 "통상교섭 진행 과정에서 자세한 말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통상교섭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양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완화, 쌀 관세 철폐, 유전자변형감자와 미국산 사과 수입 등을 협상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됐으나 해당 사안에 대해 정부가 결정한 사항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주요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으니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 본부장의 간곡한 요청이 거절당한 셈이다.

디지털 장벽 관련한 지도 정보 공유 등 대미 협상카드가 될 만한 다른 이슈도 논의가 되고 있기보단 서로 '눈치보기'에 나선 모양새다. 어느 부처 하나 주도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포착되지 않는다.

대미 협상의 컨트롤 타워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협상을 총괄하는 수장이 엄연히 존재한다. 각 부처별로 모여 '뼈 아프지만 내어 줄 것'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에 대한 논의와 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주 각 부처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끝난 만큼 국내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날 국회는 관세 협상의 시급성을 이유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대미 협상카드로 활용할 만한 이슈가 개별 부처에게 모두 중요한 문제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놓고 부처가 모여 판단해야 한다"며 "국익 관점에서 부처별 의견이 수렴되면 협상 과정은 통상당국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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