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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31일 22:20 이영민|이원광 기자|기자

日·EU 등 앞선 협상국 전략 "반면교사"

한국과 미국이 관세 합의를 타결하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졌다. 한국 정부는 관세 인하를 위한 협상 카드로 대미 투자와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제시했다. 이는 한국에 앞서 무역 협상을 타결한 일본, 유럽연합(EU)의 전략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결과적으로 협상 시기가 늦어진 점이 도움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세 유예시한 하루 정도를 앞두고 31일 타결된 협상에서 한국은 '3500억달러(약 487조원)+α'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 중 1500억달러는 한미조선협력 펀드로 조성되고, 나머지 2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는 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등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투자된다.

이러한 투자펀드 방식은 일본의 협상 전략에서 실마리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미일 협상 당시 일본은 조선·항공·반도체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조성한 최대 5500억달러 규모의 '패키지형 투자안'을 제시했다. 다만 산업별 비중이나 펀드 운용 방향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우리는 일본 펀드를 정밀하게 분석했다"며 "조현 외교부 장관이 전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도 미국과 협상 내용을 추가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최초 협의에서 투자·구매 방식을 말하다가 (미일 관세 협상 뒤) 일본과 비슷한 펀드를 하자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했다"며 "(일본처럼) 구체성 떨어지는 펀드보다 조선업이라는 구체적으로 특화된 펀드를 우리가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2000억달러 펀드는 미국이 보증하고 산업적으로 합리적인 분야에 투자한다는 표현이 우리 합의문에는 명시돼 있는데 일본과 미국 간 펀드 합의에는 없다"며 "우리가 일본보다 안전장치를 훨씬 더 많이 포함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투자에서 한국은 미국산 에너지 1000억달러어치를 3년 반에 걸쳐 구매하기로 했다. 구매 품목은 원유 LNG(액화천연가스), 석탄 등이다. 김 실장은 "약간의 중동산 (에너지를) 미국산으로 바꾸는 것 같은 구성 변화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늘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입액이기 때문에 무리 없는 액수"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구매는 EU가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내놓은 전략과 닮았지만 비용은 한국이 훨씬 적다. EU는 총 75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3년간 매년 25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원유, 천연가스, 원자력 연료 등을 수입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러시아에서 수입해 온 석유와 가스를 미국산으로 대체한다는 결정이다.

일본은 에너지 직접 수입 대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알래스카 LNG는 경제성이 불분명하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에 한국이 이를 이번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사례가 참고가 됐다는 점은 해외에서도 읽힌다. 이날 마에시마 가즈히로 일본 소피아대학교 종합글로벌학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15%라는 숫자, 미국에 대한 거액 투자 등 유럽과 한국의 협상은 분명히 일본이 '기준'이다"라고 평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보다 앞서 미국과 무역합의를 이룬 EU 측은 일본 당국자들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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