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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08일 13:38 윤세미 기자

"WTO 체제 끝" 선언한 미국…"관세로 국익중심 새 질서 구축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시작한 7일(현지시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종식을 고하고 관세와 국익을 중심으로 하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새로운 글로벌 무역질서로 선언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우리가 글로벌 질서를 다시 만든 이유'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자유무역 확대를 추구하는 WTO 체제에서 미국은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WTO가 관세를 합법적인 정책 도구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 과정에서 미국은 시장을 전면 개방했지만 다른 나라들은 시장 개방을 꺼리며 보조금, 환경·노동기준 완화, 환율 조작 등을 통해 수출을 늘렸다고 했다.

그 결과 WTO 체제 아래에서 국유기업이나 5개년 계획 같은 국가 주도 모델을 채택한 중국이 대표적 수혜자로 떠올랐고 미국은 세계 최대 무역 적자국으로 전락하며 제조업 일자리와 생산 능력을 상실했다고 그리어 대표는 지적했다. 중요한 공급망이 경쟁국이나 잠재적 적국에 좌우될 위험도 커졌다고 했다.

그리어 대표는 과거 브레튼우즈 체제를 거쳐 케네디 라운드, 도쿄 라운드, 우루과이 라운드 등을 통해 WTO 체제가 완성됐다면, 이제는 새 무역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트럼프 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무역질서는 "다자 기구들의 모호한 열망이 아니라 명확한 국가 이익을 충족시키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체제"라고 했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이 유럽연합(EU),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무역합의를 이룬 사실을 거론했다. 한국에 대해선 15% 관세와 미국의 자동차 표준을 수용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으며, 경쟁력을 잃은 미국 조선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라는 지렛대가 마침내 의미 있는 진전을 가능하게 했다"며 "단 몇 달 만에 미국은 수년간 성과 없는 WTO 협상보다 더 많은 해외시장 접근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기타 경제적 수단을 활용해 공급망을 재구축하고 제조업을 활성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그리어 대표는 관세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관세 옹호에도 힘을 줬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했지만 전문가 예측과 달리 인플레이션은 하락했으며, 지금도 인플레이션은 억제된 상태라고 했다. 장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순탄할 수만은 없다며 미국의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선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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