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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16일 15:20 우경희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숨고르기?…득실 계산 나선 與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 대대적 사퇴 압박에 나섰던 여권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거취를 논의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고, 십자포화를 퍼붓던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언급이 크게 줄었다.

우 수석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은 조 대법원장의 거취를 논의한 바 없으며 앞으로도 거취를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 사퇴 논란과 완전히 선을 긋겠다는 의도다.

전날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 전선에 기름을 부은 것은 대통령실이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론에 대해 "대통령실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면서도 "그 요구가 나오는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서는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앞서 추미애 국회법제사법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포문을 연 상황이었다. 대통령실의 발언을 전후해 정청래 당 대표를 포함한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일제히 "내란엔 침묵하고 대통령 후보 바꾸기를 획책했다"고 비판하며 일제 사퇴요구에 나섰다. 공식 회의석상과 소셜미디어(SNS)를 가리지 않는 융단폭격이었다.

그러나 우 수석이 발언이 전해진 16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전주에서 호남특별위원회 회의를 주재했고, 김병기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했지만 조 대법원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유일하게 추미애 위원장만 공개 저격을 이어갔다. 추 위원장은 이날 본인의 SNS를 통해 "내란 재판을 교란하는 한통속인 조 대법원장은 최근 전국 법원장 회의를 소집해 사법 독립을 주장하면서 내란전담(특별)재판부를 거부하고 자신을 엄호하고 있다"며 "재차 촉구한다. 물러나시라"고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불러올 역풍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엄연히 삼권분립 원칙이 헌법에 명시된 상황에서 입법부(국회)가 사법부의 수장을 저격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동의한다는 해석은 특히 부담스럽다.

야당은 대여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한 '권력 서열' 발언까지 끌어들여 이 대통령이 삼권분립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후 "대통령실 대변인의 (원칙적 공감) 발언을 유추하면 대통령이 조 대법원장에게 직접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과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하는 사안이며 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까지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 야당 중진 의원도 "조 대법원장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야당이 충분한 의석 수만 확보하고 있었다면 즉각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몰고갈 수 있는 중대하고 엄중한 사안"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사퇴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해임할 방법도 없다. 여당 입장에선 조 대법원장을 끌어내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탄핵소추다. 그러나 국민들이 탄핵이라는 단어에 갖고 있는 피로도 등을 종합적으로 비춰볼 때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 거취 관련 향후 정국에 대해 "모든 것은 주권당원들의 뜻에 달려있다"고 했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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