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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16일 16:22 이재윤 기자

"20년 미제" 영월 살인사건 60대, 항소심서 무기징역→무죄 뒤집혔다

16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은혜)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증거부족'이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샌들)이 A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검찰 주장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샌들 족적 감정이 5차례 이뤄졌는데, 이 중 2차례는 동일성을 인정할 만한 개별 특징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같은 신발이라도 신는 사람의 체중, 발 모양, 서 있는 자세에 따라 족적 형태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문, DNA 등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사건 현장 샌들에서도 혈흔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범행 동기 역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족적 감정 결과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실체적 진실은 오직 피고인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증거 법칙과 사실 인정의 범위 안에서 그 누구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도록 심사숙고해 판결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풀려난 A씨는 "앞으로도 저 같은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지금까지 사건 초기부터 수사에 도움이 되기 위해 경찰, 검찰의 수사에 응했는데 1심에서 추리소설의 주인공인 살인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04년 8월 9일, 강원 영월군 영월읍의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간사로 근무하던 40대 남성 B씨가 흉기에 수차례 찔린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장기 미제로 분류했다. 하지만 검찰은 족적 등 수사 내용을 근거로 지난해 A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사건 수개월 전 A씨가 교제하던 여성 C씨가 피해자 B씨와 교제한 점에 주목해 '치정 살인'으로 판단했다. 반면 A씨는 범행 당시 가족과 함께 계곡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으며, 촬영 사진 등 알리바이를 제시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 남겨진 족적이 피고인의 신발과 일치한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번에 항소심은 "족적 외 다른 증거가 부족하다"며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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