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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16일 18:18 윤혜주 기자

잔액 부족 손님 태웠더니…앞문으로 내리며 쥐어준 쪽지 한 장

서울 160번 버스를 운행 중인 기사 A씨는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날 중년의 여성 승객분께서 너무나 귀한 선물을 주고 가셨다"며 만원짜리 한 장과 손편지 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마포경찰서 정류장에서 중년 여성 B씨가 A씨의 버스에 탔다. B씨는 요금을 내려고 카드를 찍었지만 '잔액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떴다. 하지만 다른 카드는 없었고, 현금은 만원짜리 한 장 뿐이었다. '현금없는' 버스였던 터라 수중에 있는 만원짜리 한 장도 소용이 없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계좌이체를 해야했는데, A씨는 연배가 있는 승객들이 계좌이체를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배려했다. A씨는 "잔액이 얼마뜨는지 봐 달라고 한 뒤 여쭤보니 700원이었다. 그래서 어린이요금 550원만 받았다"며 "이에 대해 B씨에게 '괜찮으세요?'라고 물었고, B씨는 '너무 죄송해요'라고 답했다"고 했다.

A씨는 "'그래도 이게 서로 깔끔하고 좋아요'라고 기분좋게 마무리했다"며 "계속 만차로 정신없이 가고 있는데 종로 5가 지나니 뒤쪽에 있던 B씨가 앞으로 와서 '앞으로 내릴게요'라고 말하며 하얀 종이를 손에 쥐어주고 내리셨다"고 회상했다.

A씨는 운행 종료 후에야 한숨을 돌린 뒤 낮에 받았던 종이를 펼쳐봤다고 한다. 종이에는 B씨의 손편지와 함께 만원짜리 한 장이 담겨 있었다.

B씨는 편지를 통해 "저는 오늘 마포에서 폰을 잃어버렸는데 10분도 안되어서 마포경찰서 분실문 센터에서 찾았다. 어떤 분께서 고맙게도 분실문 센터에 가져다 주셨더라"며 "또 버스비 카드가 모자라는데 아이 요금으로 결제해준 배려도 잘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포경찰서 민원실에는 돼지저금통 기부하는 곳이 없더라. 오늘 두 곳에서 이런 친절함을 받았으니 저도 뭔가 해야겠다"며 "기사님, 친구분과 시원한 음료라도 꼭 하셔라"고 전했다.

편지를 읽은 A씨는 "회사 관리분께 말씀드리니 '승객이 고맙다고 주신 선물이니 기사님 쓰세요'라고 허락을 받았다"며 "퇴근시간이라 힘들어서 녹초가 될 뻔했는데 귀한 선물 덕분에 힘이 더 솟아버렸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직 세상은 참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엔 작지만 큰 힘이 되는 순간들이 많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연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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