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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17일 19:42 김종훈 기자

FT "중국,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까지 수입 통제"

중국 규제기관이 자국 테크기업에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 칩을 구매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소식통 셋으로부터 교차 확인한 내용이라면서 중국 인터넷 규제 기관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자국 테크기업들에 엔비디아의 블랙웰 시리즈 그래픽처리장치(GPU)인 RTX 프로 6000D 주문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이번주 하달했다.

FT는 중국이 엔비디아의 이전 플래그십 제품 호퍼 시리즈에 더해 최신 블랙웰 시리즈까지 수입 제한에 나섰다면서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올해까지도 엔비디아 칩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대거 밀수하는 등 여전히 엔비디아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독자 개발을 막으려면 엔비디아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7월 중국용 저사양 AI칩 H20 수출을 조건부 허용했다. 중국 시장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한다는 조건이었다.

이 조치로 엔비디아를 둘러싼 갈등이 잦아드는 듯했으나, H20 수출 허용 발표 다음날 있었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발언 때문에 긴장 국면이 재개됐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중국 개발자들이 미국 기술에 중독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이를 자국 기술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고 자국 기업들의 엔비디아 AI칩 수입 통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은 H20에 백도어(사용자 승인 없이 외부 접근이 가능한 경로)가 설치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기업에 수입 자제를 명령했다. 지난 15일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FT는 최근 CAC가 엔비디아로부터 기술 자립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화웨이, 캠브리콘 등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알리바바, 바이두 등 대형 테크기업들을 불러들여 자국산 반도체와 엔비디아의 중국용 AI칩 성능을 비교한 결과, 자국 기술 수준이 엔비디아와 동등하거나 월등하다고 결론지었다는 것. 현지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규제당국의) 수뇌부 의견은 엔비디아 칩을 수입하지 않아도 (AI칩에 대한) 자국 수요를 충족할 만큼 자국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H20 수출 통제 때문에 엔비디이는 55억 달러(7조5790억원) 규모 GPU 재고를 손실 처리했다. 중국의 H20, RTX 프로 6000D 수입 제한 조치가 신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상당한 손실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수입 제한 조치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본다. 중국산 반도체가 실제 작업에서 엔비디아만큼 성능을 낼지 의문인데다, 중국 제조기업들의 생산량이 결국은 현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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