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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18일 11:05 박정렬 기자

올리브오일을 연질캡슐에? 시장 놀래킨 "그 회사" 해외 진출 출사표

지난 5월, 알피바이오가 올리브오일을 담은 연질 캡슐을 시장에 출시했다. 초소형(80㎎)과 튜브형(최대 10g) 등 두 가지 제형을 한 번에 선보였다. 그냥 먹을 수도 있고 필요하면 요리에도 쓸 수 있게 만든 것.

올리브오일을 말랑말랑한 연질캡슐에 넣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일단 오일을 균질하게, 공기 방울(기포)이 생기지 않게 담아야 한다. 내용물이 조금만 불안정해도 새 나오거나 변색, 점도가 변화할 수 있어 안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기, 빛, 고온에 노출될 경우 기름이 산패될 수 있어 빈틈없이 꼼꼼한 밀봉도 필수다.

일반 약 크기의 연질캡슐을 만드는 것도 힘든데 100배 넘는 튜브형 캡슐을 선보인 데 대해 식품업계는 물론 제약·바이오,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는 후문이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노미선 알피바이오 상무는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연질캡슐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저력이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일반식품까지 통용된다는 점을 입증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흐뭇해했다.

알피바이오는 연질캡슐을 중심으로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개발·제조·허가·공급하는 전문기업이다. 대웅제약 '이지엔6', 종근당 '모드콜S', 그리고 국내 최초 연질캡슐 제품인 '대웅 우루사'는 40년 이상 공급을 책임졌다. 건강기능식품 업체 152곳, 제약사 55개 곳의 1000여개 브랜드 제품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OEM(주문자상표부착) 등의 비즈니스 모델로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연질캡슐 1위 기업'으로 명성을 떨쳤다. 특허받은 '뉴네오솔' 기술은 초기 용출 속도를 기존 대비 최대 2.9배 향상하고, 유통기한을 36개월까지 늘리며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끌어냈다. 연질캡슐 피막에 특수 가소제를 적용해 굳거나 갈라지는 것을 막는 '뉴네오젤' 특허는 유통 안정성을 확보하며 업계의 재고 고민을 크게 덜어줬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 건기식 분야에서 알피바이오는 '천의 얼굴'을 가진 기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달 국내 최초로 개발해 시제품을 선보인 'NMN 젤리스틱' 제형은 해외에서 항노화 물질로 인기를 끄는 '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Nicotinamide Mononucleotide, NMN)를 포함한 제품이다. 기존처럼 약이나 필름 형태가 아닌, 젊은 층을 겨냥해 먹기 쉽고 재미가 있는 '젤리'로 만든 게 특징이다. 피부 노화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다는 점을 반영해 콜라겐, 엘라스틴, 히알루론산 등을 첨가하며 시너지 효과도 노렸다.

건기식을 많이 먹는 사람을 위해 크기를 최대 80%까지 줄인 '씨앗 크기'의 루테인 등을 개발하고, 간식처럼 씹어 먹는 '블리스터 젤리'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자녀의 영양 섭취에 대한 부모의 고민을 덜어주기도 했다. 에너씨슬 플래티넘처럼 여러 기능성 원료를 한 제형에 담는 제품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성분부터 제형 유지를 위한 부형제까지 천연 원료로 만든 식물성 연질캡슐은 비건(채식주의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실현 사례로도 주목받는다.

노미선 상무는 "제약사와 건기식 업체의 '선택'을 받기 위해 시장 조사와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며 "고객사가 샘플을 받고 맛, 색, 형태 등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하면 전담팀이 늦어도 일주일 이내 회신하는 '속도 경영'으로 상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피바이오는 의약품에서 시작된 안정된 품질, 다양하고 고도화된 신규 제형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을 포함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노미선 상무는 "뷰티 쪽 건기식 업체에서 젤리스틱, 블리스터 젤리 등 개발이 가능한지 '러브콜'이 오고 있다"며 "'K-건기식'이 해외에서도 부상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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