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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24일 15:49 박정렬 기자

퍼스트무버로 전환되려면..."신약 가치 인정하는 문화 필요"

기존 치료 한계를 넘어서는 신약에 대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은 궁극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에 '시금석'이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신약의 가치를 인정받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기업들이 도전 의식이 고취되고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채빛섬에서 24일 열린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창립 25주년 기념 포럼에 패널토론에 나선 여동호 LG화학 담당은 24일 "혁신 신약이 안방(우리나라)에서 인정받지 못하는데 바깥(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 토로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 업계를 거쳐 LG화학에서 생명과학, 경영전략 등의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비슷한 해외 국가와 비교해 신약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날 KRPIA의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 신약이 처음 출시 이후 1년 이내 한국에서도 출시될 확률이 5%에 불과하다. 허가받고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치료받기까지는 평균 4년가량(46개월)이 걸리는데, 그나마 2012~2021년 나온 신약 중 5개 중 1개만이 급여 획득에 성공했다.

혁신 신약에 대한 허가·급여는 환자뿐 아니라 기업에도 큰 관심사다. 여동호 담당은 "신약을 연구하거나, 가진 기업은 신약 가치 평가에 관심이 더 크다"며 "국내 기업은 아직 혁신이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신약이 많이 없는데, 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앞선) 신약이 얼마만큼의 인정받느냐는 회사의 가치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라 말했다. 개발을 위한 '동기 부여'와 사업 방향 설정 모두에 '신약 가치'가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제약·바이오가 '미래 먹거리'라며 연구개발(R&D) 투자나 수출 지원을 이야기하지만, 산업계에서 정작 중요한 건 혁신 신약이 얼마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이를 토대로 해외 기업과 경쟁할지에 대한 것"이라며 "정부도 많이 고민하지만 약가만이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도 (신약 접근성 등을) 균형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약 접근성 확대가 기업 혁신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된다는 것은 글로벌 제약 업계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토론에 참여한 조재민 한국릴리 상무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표명하고 혁신 중심의 약가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혁신 신약에 대한 가치 평가 체계를 정비하는 데 기업과 정부 등이 함께 참여해 공동의 목표인 산업 혁신 촉진과 환자 접근성 향상의 기회를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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