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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08일 16:05 지영호 기자

해킹피해 책임 없는데 "자발적 배상"...입법 지연이 부른 "희귀장면"

8일 두나무는 지난달 27일 발생한 해킹 사건으로 출금된 고객 자산 386억원을 업비트 자산으로 전액 보전했다고 밝혔다. 앞서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회원 피해액 전액을 보유자산으로 보전하겠다"고 한 약속을 실행한 것이다.

회사자산 59억원 등 별도 손실액을 포함해 이번 해킹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445억원이다. 이중 26억원의 자산을 동결해 피해액 보전에 나서고 있다. 추가로 전세계 디지털자산거래소와 화이트 해커, 보안 전문가, 블록체인 분석가 등을 대상으로 회수 기여 보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피해자산의 추적과 동결에 기여한 개인·단체에는 최종 회수된 자산의 10%를 회수 기여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두나무 관계자는 "해킹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글로벌 보안전문가의 추적으로 일부를 회수하는 사례가 있다"며 "글로벌 보안 역량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나무는 이번 해킹 사건에 따른 피해액을 회사자산으로 보전할 법적 책임은 없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는 무과실 책임 대상에 가상자산사업자가 빠져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1단계 법)에도 해킹사고 발생에 대한 조항이 없다.

일각에선 두나무가 다툼의 여지가 있음에도 선제적으로 배상한 것을 네이버와의 합병과 연계해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최종적으로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금융감독원이 합병의 마지막 열쇠가 되는 증권신고서를 반려하지 않아야 한다. 또 금감원은 간편결제와 가상자산의 결합에 따른 금융리스크를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일 "증권신고서가 내년 2~3월쯤 제출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현업부서에서 우려사항을 기술하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 금융과 가상자산이 분리된 상태인데 스테이블코인까지 하겠다는 것이어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독점 가능성을 살펴본다. 두 회사 모두 기업결합심사 신고 의무 대상이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각각 가상자산거래소와 간편결제 분야 1위 사업자라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 두나무는 대주주 변경에 따른 금융위원회 승인도 남아있다.

만약 해킹 사건이 합병 이슈가 없는 다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발생했다면 피해자 구제에 미온적이었을 것이란 반응은 그래서 나온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2단계 입법이 조속히 추진되야 한다는게 업계의 반응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2단계 입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기업의 선의에 기댈 것이 아니라 당국은 2단계 입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두나무 측은 과거 발생한 해킹 사건 당시에도 개인자산을 보전한 사례가 있다며 이번 행위가 합병을 의식한 보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시 두나무는 알수없는 지갑으로 이더리움 34만2000개가 전송돼 발생 손실을 업비트 자산으로 충당한 바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2019년 침해사고에도 피해자산 580억원을 회사 자금으로 충당했다"면서 "이런 보전 정책은 네이버 합병과는 무관하게 업비트의 사업 초창기부터 유지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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