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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08일 16:03 김남이 기자

"대체 불가 자원" 헬륨…삼성전자, 업계 최초로 재사용 성공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헬륨을 재사용하는 기술을 생산라인에 적용했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열 제어와 진공 환경 유지에 필요한 '대체 불가' 자원으로 전량 수입 중이다.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재사용 헬륨 비중을 19%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비용 절감은 물론 공급망 리스크도 낮출 수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올해 4월부터 일부 반도체 생산라인에 '헬륨 재사용 시스템(HeRS·Helium Reuse System)'을 설치했다. 초기 운영 결과 연간 약 4.7톤의 헬륨 사용을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국내 파트너사와 협력해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순도 배기 헬륨을 회수해 정제·재사용하는 HeRS를 개발했고, 생산라인에 직접 적용해 효과를 검증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재사용 기술을 다른 생산라인에 추가 확대할 경우 연간 헬륨 사용량의 약 18.6%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헬륨은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웨이퍼 온도를 빠르게 조절하거나 체임버 내 초고진공 환경 유지, 레이저 절삭·에칭에 사용된다. 현재 기술 기준으로는 헬륨을 완전히 대체할 방안이 없어 안정적인 헬륨 공급이 생산 효율성과 기업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헬륨 비축을 관리한다.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헬륨 사용량은 늘고 있지만 천연가스에서 소량만 추출할 수 있어 공급량이 매우 제한적이다. 미국, 카타르 등 일부 국가에 생산이 집중돼 있어 지정학적 변수에도 취약한 자원으로 분류된다. 2019년 카타르가 주변국과 외교 갈등으로 헬륨 수출이 원활하지 않자 국내에서도 수급 이슈가 발생한 바 있다.

최근 반도체뿐 아니라 항공우주, 의료(MRI), 양자컴퓨팅 등으로 헬륨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산업 수요가 늘고,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는 글로벌 헬륨 수요가 2035년에 약 3억2200만㎥에 달하며 2024년 대비 두 배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산업의 헬륨 수요는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미국이 한국으로 수출한 헬륨 규모는 1억760만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19.4%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HeRS 도입은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헬륨 공급망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글로벌 공급이 제한적인 희귀가스를 자가 순환 체계로 전환하면 외부 공급 차질, 가격 변동, 물류 리스크 등 외생 변수 의존도가 크게 준다. 특히 첨단 공정 확대에 따라 헬륨 사용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사용 기술은 반도체 생산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HeRS를 다른 생산라인으로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용 후 순도가 낮아진 헬륨을 다시 고순도로 되돌리는 업그레이드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해당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과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헬륨 외에도 재사용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제조에서 사용되는 소재와 부품을 재이용하거나 고부가 자원으로 바꿔 자원 순환 구조를 구축 중이다. 지난해 재사용 네온가스를 반도체 공정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과 설치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비용 절감보다는 공급망 리스크 안정화의 의미가 더 크다"며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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