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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0일 14:36 박정렬 기자

치매 유발 물질 쌓여..."깜빡깜빡" 코로나 후유증, 약 나올까?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이 뇌 기능 직접 저해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뇌세포 보호 효과 확인

코로나19 후유증인 '롱코비드'(Long COVID) 중 머리가 멍해지고 자주 깜빡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브레인 포그' 증상의 예방·관리에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이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이 같은 사실을 동물과 세포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중력·기억력 저하 등 인지장애는 감염자 20~30%가 경험할 만큼 흔한 증이다. 그 동안의 연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S1 subunit)이 혈액이나 뇌 조직에서 감염 후 수개월 이상 존재하며 신경세포 기능 저하와 퇴행성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스파이크 단백질이 직접적으로 신경 퇴행성 병리에 미치는 영향과 그 과정(기전)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국립보건연구원은 실험 쥐에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0.5 μg)을 비강 투여하고 행동 실험을 수행한 데 이어 단백질, 유전자, 신경세포 등의 변화를 세부 분석해 기전 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실험 쥐는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미로를 잘 찾지 못하고 낯선 공간에서 불안 행동이 증가하는 등 학습력·기억력이 동시에 떨어지는 인지 저하 증상을 보였다.

1주 후 원인을 찾기 위한 추가 연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강을 통해 침투한 뒤 3시간 만에 뇌 해마에 도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S1)이 뇌 신경세포 간 연결(시냅스) 기능을 방해하고 기억 형성에 중요한 'NMDA 수용체'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켜 인지 장애를 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아가 6주 후에는 뇌(해마)에서 신경세포 수가 감소했고 뇌에 독성 단백질인 타우단백질과 알파 시누클레인이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백질은 치매나 파킨슨병처럼 뇌 퇴행성 질환의 원인 물질로 코로나19 감염이 장기적인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롱코비드에 맞서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백신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초기 감염 시 입원과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 이외에도 롱코비드 위험을 58%가량 낮추는 것으로 보고된다. 최근에는 이 외에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도 롱코비드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100년 가까이 쓰이고 있는 이 약은 당뇨병은 물론 치매, 심혈관질환부터 암, 노쇠, 우울증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확인되며 '현대판 불로초'로까지 불리고 있다.

질병청은 2023년 미국에서 과체중 또는 비만한 사람이 메트포르민을 섭취하면 롱코비드 증상을 보일 확률이 41% 감소한다는 연구 등을 기반으로 뇌 신경 세포 실험을 통해 인지 저하에도 메트포르민이 효과적인지 검증했다. 그리고 연구 결과, 실제 메트포르민을 함께 처리한 신경세포는 기능이 회복되고 독성단백질 축적이 줄어드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국립보건연구원 고영호 박사 연구팀(제1저자 이혜경 박사)은 "코로나19 감염 후 나타나는 인지장애의 병리 기전을 밝히고, 실제 임상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메트포르민이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등과 같은 '롱코비드' 치료제로서 메트포르민의 가능성을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장기간 증상을 겪는 환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과학적 근거 기반 감염병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 및 뇌질환연구를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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