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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5일 11:59 필라델피아(미국)=심� 특파원


"美핵잠 건조역량 확보"…트럼프도 인정, 한화필리 "황금함대" 거점으로



한화가 한미 조선업 협력의 거점으로 떠오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인수 1년을 맞아 미 해군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군력 재건 프로젝트 '황금함대' 구상의 차세대 호위함 건조 파트너로 한화를 직접 언급하고 나선 가운데, 군함 건조를 넘어 국제안보전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핵잠 건조 협력의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미 해군 소장 출신으로 함정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를 지낸 앤더슨 사장은 22일(현지시간) 필리조선소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미 해군 잠수함 건조를 위한 준비 작업을 이미 진행 중"이라며 "인력 확충, 생산 효율 개선, 시설 투자, 한국 조선소의 모범 사례와 기술 이전 작업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의 미국 내 조선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앤더슨 사장이 언론을 만나 한화필리조선소의 핵잠 생산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사장(사진 왼쪽)이 22일(현지시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CSO). /사진=심재현 특파원미 해군은 2054년까지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을 66척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현재 24번함까지 취역했으나 20년 안에 나머지 40여척을 건조하기 위해선 믿을만한 건조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이다. 더구나 기존 핵추진잠수함의 3분의 1이 정비 중이거나 정비 대기 중으로 알려져 2030년대에는 전력 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앤더슨 사장은 한화필리조선소를 미국 핵잠 생산능력 제고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에서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코네티컷 HII 뉴포트뉴스, 버지니아 GE 그로턴 조선소와 인접해 협업과 현장 경험 공유는 물론, 부품과 모듈 운송에도 유리한 최적의 입지라는 것이다. 미 해군 원자로국과 해군 핵추진 프로그램과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앤더슨 사장은 "미 해군 잠수함의 생산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한국 조선소의 강력한 공급망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상선과 군함을 동시에 건조하는 '듀얼 유즈' 전략도 염두에 두고 있다.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는 "상선 분야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군 함정 등 군용 선박 건조까지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군함 건조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유지해 민수와 군수 물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방침이다.

해군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최우방 동맹국인 한국 조선업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필리조선소 간담회가 진행됐던 날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함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호위함 건조 파트너로 한화를 언급한 것은 조선 역량에 대한 검증이 완료됐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화와 협력에 힘을 실으면서 군함 건조와 관련된 미국 정부의 보안인증과 라이선스 취득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네이비야드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이 건조되고 있다. /사진=심재현 특파원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CSO)는 "미국은 동맹과 협력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고 이 같은 전략자산을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며 "한화가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필리조선소에서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이 건조될 경우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사업에도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핵잠 설계·생산·시험·정비 등에 투입되는 전문가들을 통해 핵심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장은 "국내 협력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편입과 지역 산업 전반의 동반 성장도 기대된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사업을 부산·경남 지역 16개 조선소 및 협력업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대대적인 시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선박을 건조할 도크 2기 추가 인수에도 착수했다. 선박 건조에 필수적인 골리앗 크레인도 현재 600톤 규모 1기에 더해 1000톤 규모의 1기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인수 이후 1년 동안 들인 공력이 이미 상당하다.

올 7월 기자가 필리조선소를 찾았을 때 산만했던 조선소 곳곳이 현재는 일사분란하게 정리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필리조선소 관계자는 "한화가 인수하기 전엔 자재를 쌓아두고 방치했던 골리앗 크레인 하부 헤비존을 정비해 선박 블록을 조립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생산력이 배 이상 확대됐다"고 말했다. 한화는 내년까지 핵심 설비 23%를 교체하는 등 노후설비를 줄여 생산성을 추가로 제고할 계획이다.


필라델피아(미국)=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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