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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6일 17:27 김도균 기자

LG엔솔, 미국서 잇따라 계약 해지…유럽·ESS "투트랙"으로 만회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포드에 이어 상용차용 배터리 팩 제조사와의 공급 계약도 해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이후 미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는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단 전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고객사인 FBPS(Freudenberg Battery Power System·프로이덴버그 배터리 파워 시스템)와 지난해 4월 체결했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FBPS는 미국 배터리 팩 제조사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모듈을 공급받아 팩으로 조립한 뒤 대형 버스와 전기트럭 등 북미 주요 상용차 업체에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지 금액은 약 26억8500만 달러(3조9217억원)로 전체 계약액 27억9500만 달러 중 이미 이행된 물량 1억 1000만 달러를 제외한 잔여분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도 해지했다. 회사는 지난 17일 미국 포드로부터 총 9조603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달에만 약 13조6000억원의 계약이 날아간 것이다.

업계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북미 완성차 고객들이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며 리스크가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사 가운데 북미 생산 능력과 고객사 비중이 가장 큰 만큼, 타격도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 해지에 따른 재무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전용 라인을 구축해야 하는 대규모 수주 계약과 달리, 해당 계약은 기존 생산 라인에서 제작 가능한 표준화된 배터리 모듈 공급이어서 추가적인 투자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용 설비 투자나 맞춤형 연구개발(R&D) 비용이 투입되지 않아 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 손실이나 추가 비용 발생은 없다"며 "불확실한 고객사를 정리하고 보다 안정적인 수요처를 발굴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분간 유럽 시장 공략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미국 시장과 달리 유럽 전기차 시장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는 이달 초 메르세데스-벤츠와 유럽·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2028년 3월 1일부터 2035년 6월 30일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금액은 14억달러(약 2조601억원)로 지난해 매출의 약 8% 수준이다.

양사는 지난해 10월에도 북미와 기타 지역에서 50.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급에 합의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미국과 유럽 지역에 각각 75GWh, 32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계약 금액은 7조~8조원, 9월 체결된 두 건의 계약은 합산 약 15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ESS 시장 공략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회사는 올해 미국 미시간 공장을 ESS용으로 전환해 계획보다 1년 앞당긴 6월부터 조기 양산에 돌입하고, 폴란드와 캐나다 합작공장 라인도 ESS용으로 전환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는 등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제품 라인업과 차별화된 글로벌 생산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ESS 등 미래 성장 동력에 자원을 집중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사업 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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