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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27일 17:38 베를린(독일)=정진용


안방 다음은 뉴욕 메트로…현대로템, 7兆 역대급 수주 도전장 [K철도 新수출전략]


옵션 포함 최대 2390량 교체 사업
차량 가격 넘어 운영·정비비 경쟁
국내 고속철 실적 쌓아 해외 공략




현대로템이 미국 뉴욕 지하철 교체 사업에 도전한다. 옵션을 포함해 최대 2390량을 도입하는 뉴욕교통공사(MTA) 사상 최대 규모의 지하철 구매 사업이다. 국내 KTX 교체 시장 수성과 함께 해외 대형 사업 수주를 추진하는 ‘양면전’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 전시장에서 만난 조일연 현대로템 RS사업본부장은 이번 전시 핵심 타겟으로 국내 고속철 교체와 미국 사업을 꼽았다.

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번에 투자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메인 전시 공간인 3관에 대형 부스를 마련했다. 야외에는 한국에서 배로 운송한 EMU-320 고속열차 실물을 전시했다.


미국 사업은 낡은 뉴욕 지하철을 신형 차량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뉴욕주가 발표한 R262 구매 계획은 기본 물량 1140량에 옵션 1250량을 더한 규모다. 기본 물량은 1·3·6호선의 노후 차량을 대체한다. 올 3월 제안요청이 시작됐으며 당시 공표한 계약 예상 시점은 2028년 초다. 옵션 행사 여부에 따라 최종 물량이 달라진다.

수주전에서는 현지 사업 경험이 풍부한 업체들과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프랑스 알스톰, 일본 가와사키, 독일 지멘스 등을 잠재적 경쟁사로 꼽았다. 물량이 커 한 업체가 모두 맡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시회 첫날 현대로템은 MTA와 미국대중교통협회(APTA) 관계자 면담도 진행했다.


승부는 차량 가격뿐 아니라 오래 쓰는 동안 드는 비용에서 갈릴 전망이다. MTA는 이번 제안요청에서 처음으로 총소유비용 전망치를 제출하도록 했다. 구매 뒤 운행과 정비에 들어갈 비용까지 보겠다는 뜻이다. 싼 구매 가격에 그치지 않고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차량을 찾겠다는 취지다. 기술 사양의 60% 이상도 특정 설계를 지정하는 방식에서 요구 성능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제조사가 새로운 해법을 제안할 여지가 커졌다.

현대로템도 유지보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센서로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인공지능(AI)으로 이상 징후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고장 뒤 수리하는 데서 벗어나 부품 교체 시점을 미리 예측하는 게 목표다. 관계자는 “고장이 나기 전에 사전에 예측해서 고치면 훨씬 더 가용성이 올라간다”며 “똑같은 차량 개수로 더 많은 수송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도시철도와 별개로 해외 고속철 시장도 넓힌다. 첫 수출국인 우즈베키스탄에서 후속 사업을 추진하고 중동 등 새 시장을 검토 중이다. 국내 고속철 운행 경험을 해외 실적으로 이어가는 게 과제다. 최근 해외 발주처는 차량 납품뿐 아니라 운영과 유지보수에 대해서도 높은 배점을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 KTX 교체 사업은 이런 해외 확장의 발판이다. 현대로템은 KTX-이음·청룡을 제작하며 쌓은 기술에 차세대 설계와 정비 기술을 더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검증한 차량을 해외 고객에게 제시하면 성능과 신뢰성을 설명하기도 수월해진다. 고속철 수출 실적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현대로템은 대한민국의 철도 회사라기보다는 글로벌 철도 회사라고 생각한다”며 “연구개발의 방향성을 글로벌 마켓 중심으로 잡아왔다”고 말했다. 베를린에 모인 발주처를 상대로 차량부터 운영·정비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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