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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 첫 노벨물리학상 "단독 수상"…우주의 기원 포착한 물리학자에게로 (종합)
아이스큐브 프로젝트 주도… 심우주 초고에너지 지구서 포착
노벨물리학상 단독 수상은 1992년 이후 처음
노벨물리학상에서 34년만의 단독 수상이 나왔다. 우주의 기원을 담은 고에너지 입자 '중성미자'의 비밀을 밝힌 입자물리학자 프랜시스 할젠(벨기에·미국 이중국적, 82세)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6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202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프랜시스 할젠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교수를 선정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천체물리학적 고에너지인 중성미자를 발견한 공로"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중성미자는 우주의 고에너지가 원자와 충돌할 때 발생하며, 만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다. 질량이 0에 가까워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인다. 지상에도 매초 수백억개에 이르는 중성미자가 떨어지지만, 대기권을 지나며 거의 소멸되기 때문에 관측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입자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일 때 발생하는 빛을 포착할 수 있는 매질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입자가 매질 속 원자핵과 부딪히면 빛을 내는 전하 입자가 만들어진다. 이 빛을 통해 중성입자를 관측할 수 있다. 물과 얼음은 최적의 매질로 꼽힌다. 수소와 산소 원자핵이 빽빽한 밀도로 모여있어 충돌 확률이 높으면서도, 투명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빛을 관측하기 용이하다.

할젠 교수는 2013년 남극 아문센-스콧 기지 지하 2㎞에 거대한 얼음 관측소를 설치했다. 이른바 '아이스큐브 프로젝트'다. 두꺼운 얼음에 광센서 약 5000개를 심고, 중성미자가 얼음 속 원자핵과 부딪힐 때 생기는 빛의 충격파를 감지하게 했다. 이른바 '아이스큐브 프로젝트'다.
아이스큐브는 우리은하 밖에서 온 초고에너지 중성미자를 속속 포착했다. 대표적인 연구가 2018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은하핵 '블레이저'의 중성미자다. 2017년 9월 아이스큐브 공동연구팀은 약 290TeV(테라일렉트론볼트)에 이르는 에너지를 가진 중성미자를 검출했다. 이를 전 세계 천문대에 전송해 우주·지상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 이 중성미자가 지구에서 약 40억 광년 떨어진 활동성 은하핵 '블레이저'에서 왔음을 확인했다. 블레이저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을 품은 은하핵이다. 초고에너지 중성미자의 우주 기원을 밝힌 첫 사례다.
물리학계가 노벨상에서 단독 수상자를 배출한 건 1992년 프랑스 물리학자 조르주 샤르파크 이후 34년만이다. 양운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핵입자천체물리연구소장)는 "지구까지 도달하지 못하던 우주의 기원인 중성미자를 남극의 얼음으로 검출해낸 첫 연구자로, 물리천문학계의 기념비적인 인물"이라며 "감격스러운 선정 결과"라고 했다.
우주의 기원을 밝힐 핵심 열쇠인만큼 전 세계적으로 중성미자 연구는 활발하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양 교수는 "중국은 원자로 중성미자 관측 시설인 주노(JUNO)를 구축해 올해 실험을 시작했고, 일본은 '하이퍼 카미오칸데'라는 대형 물탱크 기반 검출기를 2028년 완공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IBS(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인 예미랩이 저에너지 중성미자를 연구한다. 앞서 원자로 관측 시설인 레노(RENO)를 운영했다. 다만 레노는 2023년 이후 멈춘 상태다. 국내 물리천문학계는 레노의 뒤를 이을 차세대 중성미자 실험을 제안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양 교수는 "올해 과기정통부가 검토 중인 구축형 R&D(연구·개발) 기획안에 중성미자 실험 인프라가 포함됐다"고 했다.
한편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에게는 약 16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수상자가 3명인 경우 상금을 3분의 1씩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노벨과학상은 8일(현지 시각) 노벨화학상으로 이어진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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