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하기   닫기 www.38.co.kr
2026년 10월 13일 12:57 노상우


조병철 교수 “중국 바이오 위협적…다음 렉라자 만들 생태계 필요”





“중국은 정말 놀랍고 위협적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개발을 이끈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한국 신약개발의 경쟁력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바이오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임상시험의 속도와 품질이라는 한국의 강점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졌다는 진단이다. 국내 병원의 중개연구 역량을 바이오기업의 신약개발과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26 KoNECT-MOHW-MFDS 국제 콘퍼런스(KIC 2026)’에서 ‘레이저티닙(렉라자)을 넘어: 한국 임상 신약개발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중국 바이오산업의 성장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과거에는 중국 임상연구의 질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지만, 이제는 신뢰도가 높아지고 중국에서만 수행한 임상시험도 인정받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한국이 그동안 강점으로 내세웠던 신속한 환자 모집과 우수한 임상시험 수행 능력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임상연구를 많이, 빠르게, 높은 질로 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다른 방식으로 생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국내 병원이 보유한 중개연구 역량을 제시했다. 중개연구는 환자 진료에서 얻은 검체와 데이터를 실험실 연구로 연결하고, 연구 결과를 다시 치료제 개발과 임상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어떤 환자에게 약물이 효과를 보이는지, 치료 중 내성이 왜 발생하는지 등을 규명해 신약개발의 방향을 정하는 데 활용된다.
조 교수는 한국이 더 좋은 과학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이미 갖췄으며 국내 병원에서 중개연구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역량을 국내 바이오기업의 신약개발 성과로 연결하려면 병원의 참여를 이끌 동기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우리나라 병원도 우리나라 약제를 개발할 수 있는 동기가 있어야 한다”며 “중국처럼 국내 바이오텍이 개발하는 약에 애정을 가지고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렉라자는 이러한 협력이 성과로 이어진 사례다. 오스코텍과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가 발굴한 후보물질 ‘GNS-1480’을 유한양행이 2015년 기술도입하면서 개발이 본격화됐다. 이후 ‘YH25448’이라는 개발명으로 연구를 이어갔고 조 교수 연구팀 등은 전임상·임상 연구를 통해 항종양 효과와 뇌 투과성 등을 검증했다.
개발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빠르게 시장에 자리 잡았고 2018년 국내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렉라자 임상시험의 환자 모집도 어려워졌다. 초기 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했지만 앞선 경쟁 약물과 맞서 개발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전환점은 2018년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 바이오텍과의 기술이전·공동개발 계약이었다. 이후 유한양행과 국내 연구진은 글로벌 임상 3상 ‘LASER301’을 통해 렉라자의 1차 치료 효과를 입증했고 2023년 국내 1차 치료 허가로 이어졌다. J&J의 아미반타맙과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은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1차 치료 승인을 받았다.
조 교수는 바이오벤처의 후보물질 발굴, 병원·학계의 과학적 검증, 제약사의 개발 역량이 연결됐기에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성공을 위해서는 이 같은 협력이 우연한 만남에 의존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은 새로운 약을 시험하는 장소를 넘어 다음 렉라자가 시작되는 장소가 돼야 한다”며 “목표는 후보물질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반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프린트하기   닫기 www.38.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