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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영풍측 제기 8000억대 손배소서 승소…영풍·MBK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중인 영풍 측이 8000억원대 규모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경영진의 의사결정 정당성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영풍·MBK는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약 8370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등의 결의로 자신들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영풍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주식을 사들이는 결정(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사는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이사가 법령 위반 없이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해 경영상 판단을 했다"며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영풍 측 공개매수를 대상회사(고려아연)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한 이사들이 자기주식 취득에 관한 법령상 절차와 제한을 위반하지 않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다"며 "일정 비율 할증에 의한 가격 조건 및 자금조달 방안을 전제로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그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자기주식 취득 과정에도 상법과 정관 규정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이 상법 제462조 제1항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회사가 이익배당을 할 수 있는 한도인 '배당가능이익'을 규정하는데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이 배당가능이익의 한도 내에서만 살 수 있도록 연동된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자기주식 취득가액 한도 규정은 취득할 수 있는 가액의 회계관념상 총액 규모를 제한한 규정일 뿐 주식 취득 자금이 어느 항목을 재원으로 한 건지 여부를 가지고 규정 위반 여부를 논할 수 없다"며 "재원을 자기주식 취득 시 사용한 게 법령 위반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상회사(고려아연)의 정관이 중간배당 시 특정 목적의 임의 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이같은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유추 적용할 수 없으므로 재원 사용이 정관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영풍측은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고려아연 이사들이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원고가 승소하면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아닌 회사에 돌아간다.
영풍측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1주당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사주를 취득한 것을 문제 삼았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산 만큼 손해를 입었으므로 그 책임을 이사들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다.
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잇따른 승소로 자사주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 의사결정의 정당성이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와 영풍은 '적대적 M&A'를 위해 당사의 정상적 경영 활동을 방해하며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묻지마 식' 소송 남발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풍·MBK는 유감을 표하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영풍·MBK 측은 "상급심에서 자사주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혜수 기자 esc@mt.co.kr 박한나 기자 park27@mt.co.kr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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