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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30일 10:09 정심교 기자


"왜 하필 나한테 암이…" 이랬던 암환자 "이것" 했더니 사기저하 줄었다



※사진 속 인물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암 진단 후 심하게 우울해했던 환자가 '자기를 따뜻하게 대하는 태도'를 갖추는 법을 익혔더니 사기저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심리 프로그램 '컴위드유' 참여자 가운데 삶의 의미를 잃고 무력해지는 '사기저하'가 심했던 암 환자 10명 중 약 7명이 1개월 뒤 평가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였다. 컴위드유는 힘든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하는 태도, 곧 자기자비(self-compassion)를 익히는 5회기 프로그램이다.

보건복지부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유병자는 273만 명으로 국민 19명 중 1명꼴이며, 최근 5년 진단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3.7%에 이른다. 그러나 암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삶의 의미와 죽음, 불확실한 앞날에 대한 고민도 겪는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삶의 의미와 버틸 힘을 잃는 상태가 '사기저하'다. 이는 기분과 흥미가 가라앉는 우울증과 구별되며, 우울증이 없어도 사기저하가 심한 환자가 있다.

기존 심리치료는 주로 불안과 우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힘든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는 태도인 '자기자비'를 기르는 치료가 불안·우울을 줄인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사기저하나 영적 안녕(삶의 의미와 평화, 신앙에서 얻는 안정감)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이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윤 교수·최연규 임상강사 연구팀은 '컴위드유(Compassion With You, COMwithU)'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 가능성과 예비 효과를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컴위드유는 2023년 문을 연 서울대병원 마인드더쉼센터가 개발해 온 20여 가지 비약물 치료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정신건강전문가가 환자와 1대1로 60분씩 총 5회 만나 대면이나 화상으로 자기자비와 타인을 향한 자비를 연습하도록 도왔다.

연구팀은 2024년 5월~2025년 12월 서울대병원에서 단일군 연구를 진행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암 환자 44명 중 37명(84.1%)이 5회기 중 3회기 이상 참여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사기저하(DS-II) ▲영적 안녕(FACIT-Sp) ▲불안(HADS-A) ▲우울(HADS-D) ▲자기자비(SCS) ▲불확실성 불내성(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정도, IUS-12)을 설문으로 프로그램 시작 전·직후·1개월 뒤에 평가했다.

'컴위드유' 참여 전·직후·1개월 뒤 암환자들의 심리 지표 변화. /자료=서울대병원분석 결과, 사기저하·영적 안녕·불안·우울·자기자비 점수가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개선됐다. 변화는 대부분 프로그램 직후 나타나 이후에도 유지됐고, 개선 폭이 가장 큰 항목은 1개월 뒤 기준으로 '사기저하'였다.

사기저하 설문 점수는 참여자 평균 17.3점에서 프로그램 직후 12.6점, 1개월 뒤 11.3점으로 낮아졌다. 시작 당시 사기저하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10점 이상)을 보였던 환자 중 1개월 뒤 평가까지 마친 25명을 분석한 결과, 68%(17명)는 측정 오차를 넘어서는 개선을 보였고, 56%(14명)는 점수가 10점 미만으로 낮아져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사기저하가 뚜렷하게 악화한 환자는 없었다.

영적 안녕 점수도 평균 21.2점에서 프로그램 직후 28.8점으로 올라 1개월 뒤에도 비슷하게 유지됐다. 1개월 뒤 개선 폭은 불안·우울보다 컸다. 자기자비 점수 역시 평균 76.8점에서 프로그램 직후 85.4점, 1개월 뒤 87.3점으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아졌다. 반면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정도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다는 평가는 5점 만점에 평균 4.63점이었고, 연구 기간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컴위드유' 프로그램 1개월 뒤 지표별 개선 폭. /자료=서울대병원
제1저자인 최연규 임상강사는 "암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어렵게 꺼내는 고민은 우울이나 불면보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고, 이 부분은 정신건강전문가들도 다루기 어려운 주제"라며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우울과 불안을 넘어 삶의 의미와 버틸 힘에도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에 컴위드유 개발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신저자인 박혜윤 교수는 "컴위드유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하고 질병에 걸린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 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치료자와의 관계 속에서 단계적으로 자비를 배울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현재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효과가 입증되면 많은 암환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치료자 교육도 체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마인드더쉼센터를 후원하는 ㈜좋은책신사고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정신종양학(Psycho-Onc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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