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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02일 18:16 세종=정혁수 기자


농협 개혁한다는데 농민 목소리는 어디에…한농연 "법 개정 재검토"


-중앙회장 간접선거·독립감사 대안 제시…협동조합 자율성 보장 강조


/사진제공=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농협을 바꾸겠다는 법안이 다시 국회 심사대에 오른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개혁 구상에 농업계가 질문을 던졌다. 농협의 주인인 농민들은 그 개혁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2일 '농업계 의견 외면한 농협법 개정 추진, 재검토 필요'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농업인의 실질적인 참여와 충분한 의견수렴을 요구했다.

오는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농협법 개정안 심사가 예정된 가운데 나온 입장이다.

현재 논의 중인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도입과 별도 외부 감사기구 신설, 정부의 감사권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다.

정부가 농협 개혁에 나선 배경은 분명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특별감사에서 농협의 방만경영과 내부통제 부실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농협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개혁 논의로 이어졌다.

그러나 개혁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개혁 방식을 놓고는 이견이 많다.

한농연은 농협 개혁의 방향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정치권 주도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업인단체들이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요구했지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농연은 단순한 반대를 넘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중앙회장 선거제도와 관련해 조합원 직선제 대신 간접선거제를 제안했다. 조합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의사를 바탕으로 회장 후보를 결정하고, 해당 후보에게 조합의 표를 행사하는 방식이다.

협동조합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존중하면서 조합원의 뜻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반면 정부는 조합원 직선제가 중앙회장 선출 과정에 일반 조합원들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고 조합원 주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선거 규모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과 과열 가능성, 중앙회장 권한 강화 등의 우려도 제기돼 왔다.

감사기구 개편 역시 입장 차이가 크다.

한농연은 별도 감사법인을 신설하기보다 현행 조합감사위원회와 사무처를 활용해 중앙회 내부에 독립적인 감사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기존 조직과 인력을 활용하면 추가적인 재정·행정 부담을 줄이면서 감사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기존 내부감사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분리된 독립 감사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감사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면서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비용 부담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쟁점이다.

협동조합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한농연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농협뿐 아니라 수협과 산림조합의 경영 건전성 문제도 확인됐다며 농협에만 별도 법인 형태의 감사기구를 설치해야 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농협의 특수성과 다른 협동조합의 감독체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다.

정부는 그동안 농업인단체 간담회와 조합장 대상 설명회 등을 진행했고, 국회도 공청회를 열었다.

그럼에도 농업계에서 의견수렴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 논의의 횟수와 실제 의견 반영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농연은 14만 회원의 이름으로 충분한 의견수렴과 제도적 검증 없이 추진되는 농협법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농업인들이 개혁의 방향 설정과 제도 설계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폭넓은 공론화와 숙의 절차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농협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러나 개혁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조합원의 권한은 얼마나 강화되는지, 감사의 독립성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지, 개혁에 따른 부담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농연 최흥식 회장은 "농협 개혁의 목적은 조직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농협이 농민을 위해 더 잘 일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며 "개혁의 성과는 농산물 판매 확대와 농가소득 증대, 조합원 권익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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