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공모뉴스] 티몬 상장 나섰지만, 인기가 영… - 비상장주식거래, 장외주식시장 NO.1 38커뮤니케이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티몬의 상장 작업이 기대만큼 인기가 덜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상과 달리 증권사들의 참여가 저조해 경쟁 구도가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티몬 대주주인 사모펀드(PEF)들은 고심 끝에 대형사에 한 번 더 러브콜을 보냈다. 주간사단 후보군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몬의 최대주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최근 몇 곳의 대형 증권사에 제안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성평가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많지 않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티몬 측은 내년초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티몬은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낸 뒤 지난달 말까지 제안서를 받았다. 대신증권과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불과 네 곳이 참여해 서류 및 프레젠테이션(PT) 절차를 진행했다. 외국계 중에선 노무라금융투자 한 곳만 입찰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했던 2017년 이후 3년 여 만에 다시 선정에 나섰지만, 기대와 달리 시장의 반응이 뜨겁진 않았다. 리그테이블 상위권에 포진된 대형사들의 상당수가 불참한 것이다.

티몬 주주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 그 자체다. 최소 1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 만큼, 주간사 다툼이 치열해지면 몸값을 자연스레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주간사 선정 과정에서 경쟁이 심화되면 IB 간의 희비는 제시한 기업가치, 공모 구조 등에서 엇갈린다. 최대 주주가 PEF인 경우 `기업가치`란 요소에 무게추가 실리는 편이다. 프로젝트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여서다.

시장 관계자는 "몇 곳의 대형사가 다음주까지 제안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며 "대주주 차원에서 눈높이에 맞는 IB를 찾고 있는 단계라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B들이 조 단위 빅딜에 소극적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티몬 대주주의 눈높이가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티몬 측은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신주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려 한다. 하지만 IB 입장에선 향후 티몬의 중장기 실적이 우상향할 것이라 전망하기 어려워 마케팅 포인트를 잡기 애매하다. 자본시장 생리에 빠삭한 PEF가 대주주인 점 역시 부담요인이다. 자료 요구 수준이 까다롭고 수수료 책정 과정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아 IB 입장에서 `남는 장사`를 펼치기 어려운 고객이다.

티몬의 상장은 대주주 측 자금회수(엑시트)와 맞닿아 있다. 지난 2015년 KKR-앵커에쿼티파트너스-신현성 대표(현 티몬 이사회 의장)는 그루폰이 보유한 티몬 지분 51%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에 올랐다. 현재 이들이 역외 지역에 설립한 특수목적회사(Monster Holdings LP)는 티몬 지분 98.38%를 갖고 있다. 두 PEF가 경영권을 사들인 뒤 몇 차례 증자를 단행해 지분율이 높아졌다.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펀드 만기에 맞춰 보유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수년 동안 롯데, 신세계 등 10대 그룹을 끊임없이 만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티몬을 당장 사줄만한 전략적투자자(SI)를 찾지 못해 원안이었던 IPO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티몬 자체적으로도 상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어서다.

2018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회사의 자본 총계는 -4346억원에 달한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인 탓이 컸다. 대주주들이 입찰제안을 요청하며 `신주규모 최소 4000억원`이란 조건을 내건 점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대주주의 지분 출회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이번에 IPO를 할 경우 신주발행 비중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며 "자본을 확충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버틸 체력을 키워야 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