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장외뉴스] 현대오일뱅크, 비정유사업 확대 효과…업계 유일 영업익 '퀀텀점프'

◆ 비상하는 정유화학 ◆

사진설명충남 대산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에서 고품질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오일뱅크]

국내 대표 정유사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실적 '퀀텀점프'는 경기 침체 여파에 빠진 국내 산업계는 물론 동종 업계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8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나 불어났다.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 실적 호조는 일회성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상반기만 추려봐도 영업이익이 2014년 1428억원, 2015년 3320억원, 지난해 5248억원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약진 비결은 비정유와 정유 부문 '투 트랙 전략'에 있다. 비정유 부문을 확대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본업인 정유사업에서는 설비 고도화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 2020년까지 비정유 영업익 40% 달성

현대오일뱅크는 국내외 유수 기업과 합작해 비정유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오고 있다.

정유업계에서 석유화학·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정유 부문에서 짭짤한 실적을 내면서 국제 유가 변동에 의한 정유 부문 변동성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대오일뱅크가 2012년 일본 코스모오일과 합작 설립한 현대코스모는 제2 공장을 가동했다. 제2 공장 가동을 통해 현대코스모 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은 연산 142만t으로 확대됐다. 2014년에는 연산 70만t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을 준공했다. 윤활기유는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공정에서 나오는 잔사유(휘발유·경유 등을 뽑아내고 남은 잔유 기름)를 원료로 생산되며 자동차용, 선박용, 산업용 윤활유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지난해 11월에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현대케미칼 혼합 자일렌 공장이 본격적인 생산체제에 돌입했다.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준공한 이 공장은 연산 120만t의 혼합 자일렌과 100만t의 경질 납사를 생산할 수 있다. 혼합 자일렌은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등 우리 실생활에 꼭 필요한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다.

경질 납사 또한 석유화학사에 공급돼 석유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혼합자일렌과 경질 납사를 자체 생산함으로써 얻는 수입 대체효과는 약 1조원에 이른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인 현대오일터미널을 통해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상업용 오일 터미널 사업도 하고 있다. 울산신항 남항 부두의 공유수면을 매립해 건설한 현대오일터미널은 5만DWT(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t수)급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와 총 28만㎘의 석유 제품을 수용할 수 있는 35기의 저유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대형 탱크로리 1만4000대를 한꺼번에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울산은 석유화학단지가 몰려 있어 유류 저장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지역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비정유 사업 외에도 석유화학, 해외에너지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해 2020년, 영업이익 40%가량을 비정유 분야에서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업계 최고 설비 고도화 주력

본연인 정유 사업에서는 설비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를 단순 정제 설비에 투입하면 40% 정도가 벙커C유와 같은 잔사유로 남는다. 통상 잔사유는 원유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하지만 잔사유를 고도화 설비에 투입하면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단순 정제 설비에서 발생하는 40%의 잔사유를 거의 전량 재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비율은 현재 업계 최고인 39.1%다.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까지 고도화 설비를 업그레이드해 40%대 수준으로 높일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 메이저 석유업체 셸과 미국 남부 멕시코만산 원유 200만배럴을 도입하기로 계약하는 등 원유 수입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계약 당시 기준으로 운임료 등을 고려할 때 미국산 원유가 중동산보다 배럴당 1달러 정도 싸 원유 수입처 다변화 차원에서 도입을 결정했다"며 "경제성이 있으면 수입량을 계속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익 다각화와 안정화를 바탕으로 현대오일뱅크는 무재해 안전 경영에도 방점을 찍었다. 지난달 정유업계 최초로 '무재해 1000만 인시(人時)'를 달성한 게 대표적이다.

'인시'는 공장 직원의 근무시간을 합산한 개념이다. 한 명이 1시간 근무한 것을 '1인시'로 표현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기록을 달성하는 데 3년11개월이 걸렸다. 2013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무재해 기록이 이날까지 1428일 동안 이어진 것.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100만 인시가 누적되는 데는 평균 140일씩 걸렸다"며 "다른 정유사보다 직원이 적어 인시 누적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서 이번 무재해 기록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 황형규 차장(팀장) / 이재철 기자 / 김정환 기자 / 문지웅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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