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현재까지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통상적으로 상장심사가 빠를 경우 2~3개월 안에 끝난단 점을 고려하면 다소 심사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루닛의 상장심사 지연은 개별 기업 문제라기보다 지난해 4분기 기술특례 기업의 상장심사 청구가 다소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장 심사가 순조로울 경우 공모 절차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루닛은 장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국내 대표 의료 AI 업체다. 이미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확보할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GE헬스케어, 필립스, 후지필름 등과 협업한다.

주요 기술은 AI 기반 의료 영상 분석 플랫폼이다. 암 진단 관련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 '루닛인사이트'(Lunit INSIGHT)와 암 치료 관련 이미징 바이오마커 솔루션 '루닛스코프'(Lunit SCOPE)가 대표 제품이다. 루닛인사이트는 암 조기 진단에 활용한다. 루닛스코프는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등 치료제 개발을 돕는다. 루닛의 주요 기술은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과 공동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루닛인사이트와 루닛스코프는 이미 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이를 토대로 루닛은 지난해 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루닛인사이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 루닛스코프는 제약사, 임상시험 전문기관 등에 신약 개발 연구용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의료기기 허가를 꾀할 계획이다.

루닛의 경쟁력은 연구개발 역량에서 발휘된다. 지난해 말 기준 연구개발 인력이 155명으로 전체의 58%에 해당한다. 영상의학과, 종양내과, 병리과, 가정의학과 등 전문의 12명이 포진했다.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으로 237억원을 집행했다. 웬만한 바이오 벤처는 엄두도 내기 힘들 정도 규모다.

루닛의 의료 AI 기술력은 상장에 앞서 투자 시장에서 먼저 인정 받았다. 지난해 11월 장외에서 약 7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시장에서 평가한 루닛의 기업가치는 약 4800억원이다.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나 일부 신약 개발 기업을 제외하면 바이오 벤처 중 독보적인 밸류에이션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장외에서 치솟은 기업가치는 루닛의 IPO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미 투자를 받은 밸류에이션이 있으니 5000억원을 훌쩍 넘는 몸값을 공모 시장에서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공모 시장에서 바이오를 외면하고 있어 쉽지 않은 환경이다. 앞서 신약 개발 회사 보로노이도 시장과 밸류에이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애를 먹고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먼저 코스닥에 상장한 의료 AI 기업의 부진도 안타깝다. 지난해 2월 상장한 의료 AI 뷰노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에 가깝다. 지난해 8월 상장한 딥노이드 현재 주가 역시 공모가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의료 AI 상장 기업의 약세는 공모를 앞둔 루닛에 악재다. 결국 루닛 스스로 다른 의료 AI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최근 증시에서 바이오 업종 흐름이 좋지 않은 만큼 루닛과 시장이 얼마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느냐에 따라 공모 성패가 갈릴 것"이라며 "루닛은 국내 대표 의료 AI 기업으로 국내외 최고수준 의료기관 등과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단 점에서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