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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END 이니셔티브" 외친 이재명 대통령···"한미관계 더 중시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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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09월 24일 15:46 김성은|뉴욕(미국)=이 기자 |
| "END 이니셔티브" 외친 이재명 대통령···"한미관계 더 중시될 것" |
이재명 대통령이 교류(Exchange)·관계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이른바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 냉전을 끝내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은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실제 끌어내는 것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한미 관계가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고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이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우선 남북간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 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세 가지 원칙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제80주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 정책의 방향성을 국제 무대에서 재차 밝힌 것이다. 여기에 END 이니셔티브까지 더해 대북 정책 구상을 좀 더 가다듬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 밤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END 원칙들은 과거 남북 간의 합의와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에서도 강조된 원칙들로 이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접근법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사회 앞에서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세 가지 요소(END)들은 각각 하나의 과정으로서 서로 간 우선순위와 선후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남북 대화와 미북 대화 등을 통해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 과정이 상호 추동하는 구조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남북 관계를 진전시켜 나감에 있어 비핵화를 선결 조건으로 두지 않음에 주목했다. 이는 '선(先) 비핵화·후(後) 지원'을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와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과거 선 비핵화 기조에서 탈피해 먼저 교류와 신뢰 회복 후 상호 위협 감소를 한 후, 또는 병행적으로 비핵화 관련 대화를 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북한으로 하여금 적대행위를 종식하게 하고 (북한이 느끼는) 체제 안정 우려도 감소시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핵화에 관한 대화 용의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통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재확인 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가 되면 본인은 '페이스메이커'가 돼 북미 대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이재명정부를 향해 핵 포기 불가의지와 두 개의 국가론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들이 따른다.
지난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와 한국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의 국가"라며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곤 북한학과 교수는 더300에 "이재명 대통령이 큰 틀에서 대화를 여전히 강조했지만 문제는 이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이라며 "한미 동맹을 통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미 관계가 더 중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저희가 두 국가를 지지하거나 인정하는 입장에 서 있지 않다. 정부의 입장은, 남북 관계는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인 특수관계라는, 기본합의서 입장"이라며 "(북한으로부터) 단기간에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 것이지만 이런 과정들을 추동함으로써, 그 과정들이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만들어나가겠다는 게 우리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남북 관계를 진전시킬 지렛대가 될 수 있는 북미 대화 재개 조짐도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위 실장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긴 하지만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말씀드린다면 북미 간 이렇다 할 논의가 있는 것 같진 않다"며 "우리는 미국이 먼저 움직여 나가는 데 대해 지지하는 입장이다. 북한도 남쪽보다는 미국에 대해 덜 적대적인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남북 관계 개선에) 서두르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공조를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능력 중단→축소→폐기' 등으로 이뤄진 '비핵화 3단계론'도 주장했다. 여기서 핵 미사일 능력 중단을 어떻게 검증할지도 숙제로 지적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교수는 "동결과 중단은 다른 의미다. 동결은 핵 시설이 특정되고 폐기를 검증하는 절차까지 포함하는데 그에 비해 중단이란 확대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며 "이같은 비핵화 3단계론에 미국도 확실히 동의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간담회에서 "(핵 중단을) 어떻게 검증하느냐에 관한 문제는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의 과제이고 이것은 북한과 협의를 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숙제라 하겠다. 다만 저희가 '중단'이라 할 때는 핵과 미사일에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스톱'(Stop) 시키는 걸 말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뉴욕(미국)=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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