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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합격률 11%, 이걸 뚫네"… 유럽 최대 R&D 사업, 무작정 뛰어들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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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1월 18일 13:39 박건희 기자 |
| "합격률 11%, 이걸 뚫네"… 유럽 최대 R&D 사업, 무작정 뛰어들었더니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 곽지혜 단장, 김기환·신동협 책임연구원
우리나라가 유럽 최대 R&D(연구·개발)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의 준회원국으로 가입한 첫 해, 국내에서 첫 호라이즌 유럽 컨소시엄 회의가 열렸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태양광에너지연구단이 참여하는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컨소시엄 '솔메이트'(SOLMATES)의 회의다.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 에너지연 본원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곽지혜 연구단장은 "전통적으로 컨소시엄 회의는 유럽 본토에서 열린다. 유럽 외 국가에서 여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라며 "올해는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 최초로 호라이즌 유럽의 준회원국으로 가입한 특별한 해인 만큼 국내 회의를 유치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2024년 12월 컨소시엄 발족 후 5번째 열리는 정례 회의다.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등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각국 11개 대표 기관의 연구자가 이를 계기로 한국을 찾았다.
우리나라는 비(非)유럽권이지만, 올해 준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유럽연합(EU)의 대형 R&D 사업을 직접 기획·수주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필라 2'(Pillar 2) 분야의 예산 규모는 총 85조원에 이른다. 모든 준회원국은 EU 측에 분담금을 내는데, 한국이 올해부터 2027년까지 부담할 액수는 약 363억원이다. 분담금 이상의 성과를 거두려면 국내 연구팀이 최대한 많은 사업을 수주해오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일본 유학파가 많은 국내 연구계에 유럽은 아직 낯선 파트너다.
솔메이트 컨소시엄의 한국 측 연구를 이끄는 곽지혜 단장은 "정례 회의와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추계 학술대회를 연계해 국내 다양한 학자와 컨소시엄 구성원 간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다. 호라이즌 유럽을 통해 일군 연구 성과도 공유했다. 흔치 않은 소통의 기회"라고 했다.
연구단은 2023년 말, '합격률 11%'의 벽을 뚫고 호라이즌 유럽에 합류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독일 헬름홀츠연구소·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렸다. 곽 단장은 "우리가 발표한 연구 성과를 보고 유럽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좋은 기회라 생각해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2020년, 2021년 평가에서 연이어 탈락했다. 세계적 연구 기관인 독일 헬름홀츠, 벨기에 아이멕(imec) 등이 주관해 당연히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상상 이상의 까다로운 평가 과정을 거친다. 유명세만으로는 안 되더라"고 했다.
세 번째 시도에서 새 전략이 통했다. 김기환 책임연구원은 "산·학·연 주체가 모두 컨소시엄에 참여해 '소재 개발-제품 개발-산업 응용-사회적 확산'으로 이어지는 전주기적 계획을 충실히 담았다. 특히 저탄소 생산·재활용 가능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아울러 여성 과학자의 참여도 및 성차 연구(성별 차이를 고려한 연구)를 중시하는 호라이즌 유럽의 기조에 따라 일종의 성평등위원회인 '우먼 인 솔메이트'도 출범했다. 곽 단장이 직접 좌장을 맡았다. 그 결과 솔메이트 컨소시엄은 2026년 12월까지 3년간 85억원을 지원받아 차세대 태양전지를 개발하게 됐다.
하지만 계약 직전까지도 위기가 있었다. 국가별·기관별로 다른 국제공동연구 시 계약 지침과 각종 법·제도에 대한 낮은 이해도 때문이다. 곽 단장은 "컨소시엄 내부에서 계약을 맺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약속한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을 시 누가 어디까지 금전적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였는데, (유럽과의 공동연구) 경험이 너무 적은 탓에 전문적 조언을 얻기 어려웠다. 기관·부처 차원에도 표준화된 양식이 없었다"고 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국내 연구자의 호라이즌 유럽 참여율이 높아질 텐데, 연구자의 피해를 방지하려면 국가 차원의 통일된 프로토콜이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약 2년째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 중인 연구팀의 소감은 "무형의 자산이어도 우리가 얻을 게 많다"는 것이다. 신동협 책임연구원은 "유럽 연구계는 '지식의 공동체'라는 개념이 강하다. 같은 팀이어도 서로 연구 자료를 공유하지 않고 국가 간 구별이 확실한 미국과는 매우 다르다"며 "(호라이즌 유럽을 통해) 우리(한국)와 유럽이 같은 '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각국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보며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연구해야 할지 방향을 알 수 있게 된다. 정말 필요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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