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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벤처투자 늘어도 회수는 제자리…세컨더리 시장 활성화 시급" 크게보기 작게보기 인쇄하기 목록보기
2026년 10월 08일 17:28 유한새 기자 


   "벤처투자 늘어도 회수는 제자리…세컨더리 시장 활성화 시급"

벤처펀드 결성 10년 새 3배 증가…만기 도래에 미회수 부담 확대
국내 세컨더리펀드 비중 5~8% 그쳐…글로벌 평균 24% 크게 하회
"모험자본 공급만으론 한계"…LP 지분 세컨더리 활성화 필요"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투자자금 회수시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규 펀드 결성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기업공개(IPO) 등 회수 경로는 제한적이어서 향후 펀드 만기 도래에 따른 미회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모험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세컨더리 시장을 확대하고 회수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벤처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회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출장 중인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영상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만큼 중요한 것이 투자자금이 원활하게 회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투자자가 적절한 시점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야 새로운 기업에 다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수는 투자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투자의 시작"이라며 "그동안 국내 벤처시장은 자금 공급 측면에서 상당한 성장을 이뤘지만 회수시장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도 "벤처 생태계의 출발점이 투자라면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회수시장"이라며 "회수 경로의 다양화와 증권업계의 역할 확대, 민간 중심의 지속 가능한 시장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자금 공급 확대 속도를 회수시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벤처투자 시장 현황 및 개선 필요성에 대해 발표한 김희진 한국성장금융 산업금융3팀장에 따르면 국내 VC·PEF 펀드의 연간 신규 결성 규모는 최근 10년간 12조8000억원에서 42조1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펀드 결성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투자자금 회수 경로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회수 유형 가운데 IPO 비중은 35.5%, 장외매각은 49.3%로 집계됐다. 장외매각 상당수가 상장을 앞둔 기업의 지분 거래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IPO 의존도는 80%를 웃돈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 IPO 건수와 공모 규모는 최근 10년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신규 펀드 결성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회수시장의 정체가 이어지면 만기가 도래한 펀드의 자금 회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세컨더리 시장의 규모도 글로벌 시장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국내에서 신규 결성되는 벤처펀드 대비 세컨더리펀드 비중은 5~8%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인 24%를 크게 밑돈다. 특히, 해외에서는 출자자(LP)가 보유한 펀드 출자지분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거래가 활발하지만 국내 시장은 운용사(GP)가 포트폴리오 기업의 구주를 매각하는 방식에 집중돼 있다. LP 지분 세컨더리는 특정 출자자가 다른 출자자들의 회수 일정과 관계없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지분 가치평가와 가격 협상, 매각을 위한 내부 투자심의 등 실무적 부담으로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임병태 금융투자협회 증권1부장은 '증권업계 공동 회수시장 지원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증권업계가 향후 3년간 약 1조원을 세컨더리 시장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 방식은 개별투자와 공동투자로 나뉜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영위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9곳이 약 7000억원을 개별적으로 투자한다. 나머지 3000억원은 15개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가 공동펀드를 조성해 집행할 예정이다.

임 부장은 "올해 안으로 모펀드 운용사 선정을 마치면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구주 세컨더리뿐 아니라 LP 지분 세컨더리, 컨티뉴에이션 펀드 등 다양한 영역을 담을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회수 경로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증권사의 모험자본 투자에 적용되는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을 완화하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와 컨티뉴에이션 펀드 등을 새로운 회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명수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운용부장은 "모험자본 공급이 늘어야 회수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지만, 증권사가 조달하는 발행어음 자금은 만기가 1년 이내인 반면 기업이 창업 후 IPO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4년"이라며 "만기 불일치와 높은 NCR 위험값 때문에 증권사들이 선뜻 지분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권의 국민성장펀드 투자에 위험가중자산(RWA) 경감 혜택을 부여하는 것처럼 금융투자업권에서도 세컨더리 자산과 벤처펀드 투자에 대한 NCR 위험값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근창 메타인베스트먼트 전무는 LP 지분 세컨더리가 단순한 투자금 회수를 넘어 기업의 성장 기간을 확보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좋은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LP가 유동성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라며 "LP 지분을 새로운 투자자에게 이전하면 기존 운용사의 성장 전략을 유지하면서 기업에 추가적인 성장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컨더리 시장은 자금만 공급한다고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실제 매도 물량과 매수자의 가격 제시, 거래 성사 사례가 축적돼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가격 정보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강녕 키움인베스트먼트 투자1본부장은 컨티뉴에이션 펀드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단순히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투자자에게 회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며 "펀드 만기와 기업의 성장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만큼 펀드 만기가 기업의 상장 시점을 결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비상장 단계에서 자본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하는 동시에 코스닥 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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