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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페루계 美자선사업가, 서울아산병원서 생체간이식 후 ‘새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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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0월 28일 11:02 한성주 기자 |
| 페루계 美자선사업가, 서울아산병원서 생체간이식 후 ‘새삶’ |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이 간경화를 앓던 페루계 미국인 자선사업가 마르코 안토니오 키로스(69세, 남) 씨에게 딸 킴벌리 루시아 키로스(30세, 여) 씨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밝혔다. 마르코 씨 부녀는 수술 후 순조롭게 회복해 최근 퇴원했으며 내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28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마르코 씨는 미국과 페루를 오가며 부동산 건설 사업과 자선사업을 활발히 펼쳐왔다. 부동산 건설 사업으로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양로원 노인이나 저소득층 가정, 투병 중인 환아 등에게 후원했다.
그는 2008년 페루에서 담낭(쓸개)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25년 9월경 복부 팽만감에 페루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배에 물이 차는 복수 증상과 함께 지방간이 간섬유화로 진행된 상태를 확인했다. 올해 2월에는 복수가 심해지고 폐에도 체액이 축적된 상태였으며, 간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간경화 소견까지 들었다.
마르코 씨는 간이식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다. 페루에서는 간이식이 가능한 나이가 65세까지로 제한돼 있어 69세인 마르코 씨는 수술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에서는 수술은 가능하나, 뇌사자간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이에 마르코 씨는 검색을 통해 한국의 서울아산병원에서 생체간이식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접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간이식을 처음 시행한 이후 2025년 초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세계 첫 간이식 9000례를 달성했으며, 연간 수술 증례는 500례다. 생체간이식만 연간 400례를 진행하며, 기증자 간 사망률은 0%다.
마르코 씨는 올해 5월 말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입국해 5월 2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첫 진료를 받았다. 이후 자녀들과 함께 병원에 입원해 수술 전 필요한 검사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딸이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후 8월 14일 오전 8시 수술이 시작됐으며, 딸 킴벌리 씨의 기증자 간절제 수술은 송기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가 맡았다. 의료진은 킴벌리 씨의 간 우엽을 복부에 10㎝ 미만 작은 절개만 내는 최소 절개 기법으로 진행해 흉터와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했다.
이어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와 문덕복 교수가 마르코 씨의 간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환자의 간은 혈관의 압력이 높아 혈관 주변에 마치 거미줄처럼 핏줄(해면상 혈관종)이 심하게 엉켜있었다. 또한 딱딱하게 굳어진 간 일부가 우리 몸의 가장 큰 하대정맥을 완전히 감싸고 있었다. 간을 떼어내다가 자칫 다른 장기에 혈액순환이 정체돼 소장, 신장, 췌장 등이 붓게 될 위험이 컸다.
위험을 예방하고자 이승규 석좌교수는 일차적으로 혈관 분리 작업을 마친 다음 피가 안전하게 돌아 흐를 수 있도록 인공 길을 만들어주는 우회술을 시행했다. 이후 문덕복 교수가 굵은 혈관에서 간을 안전하게 떼어냈고 건강한 혈관을 찾아 새로운 간의 혈관과 무사히 이어 붙였다. 수술은 17시간이 지나 성공적으로 끝났다. 딸 킴벌리 씨는 수술 후 8일째 되는 날, 마르코 씨는 수술 후 3주 차에 퇴원했다. 부녀는 출국 전 남은 검사와 외래까지 마무리한 후 29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승규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이 절체절명의 말기간부전 및 간암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찾는 병원이 되었다는 데 큰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앞으로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환자들이 서울아산병원에서 건강을 되찾고 새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모든 간이식팀 의료진이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문덕복 교수는 “환자의 굳어진 간이 대정맥을 완전히 감싸고 있어 수술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라며 “문맥 고혈압 악화와 대정맥 박리 도중 혈관 손상으로 대량 출혈 및 공기색전증이 발생할 위험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히 문맥-대정맥 우회로를 미리 만들어 두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에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라며 “환자가 힘든 수술을 받고도 합병증 없이 잘 회복된 만큼 고국으로 귀국한 후에도 건강을 오래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마르코 씨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한국까지 날아왔고 난생처음 밟아보는 낯선 땅 한국에서 기적처럼 생명을 되찾을 수 있었다”라며 “한국에서 얻은 새 생명으로 조국 페루의 어려운 사람들을 더 힘껏 도우며 살아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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