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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유전자가위 기술 4대 강국, 생명윤리법에 막혀 `구경만` |
신현규,임성현,원호섭 / 2017-02-13 18: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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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위 기술 4대 강국, 생명윤리법에 막혀 `구경만`
인간 생명의 기본이 되는 DNA를 잘라내는 기술 '유전자 가위'는 생명공학계 혁명으로 불린다. 바야흐로 인간이 각종 질병과 병충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유전자 가위는 2012년 '크리스퍼'라는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개발되면서 DNA 교정이 용이해졌고, 활용도 또한 무궁무진해졌다. 이미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병충해에 강한 상추가 개발됐으며 말라리아에 저항을 갖는 모기, 근육성장 유전자를 제거한 미니돼지 등이 만들어졌다.
한국은 유전자 가위 원천기술 4대 보유국 중 하나다. 그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종 규제 때문에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또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전 세계에 3세대 유전자 가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 4곳 중 상장이 이뤄지지 않은 기업은 한국 '툴젠'이 유일하다. 코스닥에 상장하려 했지만 특허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 차례 고배를 마셔야 했고, 현재 특허 등록이 됐지만 여전히 상장심사가 통과될지 불투명하다. 지난해 10월 스위스 유전자 가위 업체인 '크리스퍼 세라퓨틱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약 637억원의 자금을 모은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시장 규제 외에도 생명윤리법 규제가 걸림돌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서울대 등을 비롯해 많은 연구기관에서 유전자 가위와 관련된 뛰어난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임상시험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생명윤리법 47조는 유전자 치료 대상을 '유전질환, 암, 에이즈, 기타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조차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 치료 효과가 다른 것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돼야만 임상 연구를 허가해준다"고 못 박고 있다. 치료 효과가 '우수할 것으로 예측'하려면 '배아' 관련 연구도 필요하다.
하지만 생명윤리법에서는 연구 목적으로 인간 배아를 생성하는 것은 물론 배아의 유전자 치료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 영국 중국 등이 앞다퉈 기초연구를 목적으로 한 배아 연구를 허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만 해도 유전자 가위 기술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루 중국 쓰촨대 교수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첫 임상을 시작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보관 후 폐기 예정인 잔여 배아 중 극히 일부 유전질환에 대해서 연구 목적 사용을 허가하고 있지만, 유전자 가위 연구에는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어떤 연구도 허용되지 않은 상태라 한국은 선진국 연구 결과를 토대로 따라가는 '패스트 폴로어'밖에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미국 일본 영국 등은 유전자 가위가 갖고 올 혁명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던 인간 배아 연구 문을 이미 열었다.
[특별취재팀 = 신현규 차장(팀장) / 임성현 기자 / 원호섭 기자 / 박은진 기자 / 김연주 기자 / 선전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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