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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무섭게 성장하는 실험실 벤처…'랩'에서 '잡'나온다 |
신현규 기자 / 2017-10-10 0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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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성장하는 실험실 벤처…'랩'에서 '잡'나온다
"3명을 뽑는다고 했는데 200명이 왔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추민철 그린솔 대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실험실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2015년 창업을 결심했다. 화학물질을 쓰지 않고도 물과 기름을 섞는 기술이 그의 핵심 무기였다. 흥미로운 기술인지라 창업 이후 여러 기업들로부터 사업 제휴가 쇄도했다.
식품을 제조·유통하는 A대기업은 '식용유에 수용성 항산화제를 넣어야 하는데 둘이 잘 안 섞이더라. 도와줄 수 없느냐'고 물어왔다.
김 제조업체인 B사는 '양념김을 만들 때 기름 발라서 한 번 구운 뒤 소금을 뿌리는데, 아예 소금을 기름에 녹여서 구우면 공정이 줄어들 것 같다. 도와줄 수 없느냐'며 다가왔다. 둘 모두 흥미로운 사업 아이템이었지만 문제는 사람이었다. 원천 기술을 각 과정에 맞게 사업화하는 데는 추가적인 연구개발(R&D)과 인력이 필요했다.
추 대표는 채용공고를 냈다. 그런데 3명 모집에 200명이 몰렸다. 그는 "갓 생긴 스타트업에 왜 지원했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봤다"며 "우리가 가진 기술에 미래를 걸어보고 싶어서 왔다는 응답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그린솔이라는 '실험실 스타트업'에 취업하겠다는 이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초 2명으로 시작한 그린솔에는 지금 15명이 일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각종 공공연구소들에서 국민 세금으로 창출된 기술과 지식재산권들을 직접 사업화하기 위해 '연구소 기업'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벤처기업을 만들어서 중소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이들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취득·등록세와 소득세·법인세·재산세 등을 면제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최근 무섭게 고용을 늘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전국 연구소기업에 고용된 인원은 모두 310명에 불과했지만 2016년 말 기준으로는 1908명으로 515% 성장했다. 연구소기업이 고용한 인원들이 연평균 100%씩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정부 예산이 투입되면서 고용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사업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소기업인 수젠텍 같은 경우 창업 5년 만에 코스닥 기업 사업부를 인수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모두 80명 가까운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현재 코넥스 시장에 상장돼 있는 수젠텍은 시가총액이 350억원 정도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우선주 가치까지 계산하면 기업 가치는 모두 7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무서운 아이'다. 이 기업도 2011년 불과 3명의 직원과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했다. 체외진단기 관련 바이오 기술을 갖고 있던 LG생명과학연구소 출신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정보기술(IT)과 접목하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조인트벤처를 만들어서 연구소기업을 신청했다. 손 대표는 "이후 정부의 후속 R&D 자금 지원을 받아 제품 인허가는 물론 미국 유럽 등에서 임상까지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례는 많다. 선박 운항 관련 시뮬레이터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세이프텍리서치는 2012년 설립 당시 매출액이 6억원에 불과했지만 3년 만에 42억원으로 600% 성장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출신인 이 회사 공인영 대표는 "처음에는 사람을 뽑을 때 직원 면접을 보는 게 아니라 회사 면접을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알려져 있지 않은 기업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제발 좀 와서 일해주세요'라며 설명하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명의 연구원과 비정규직 4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운이 좋아 목포해양대에서 나온 6억원짜리 대형 사업을 수주했다. 그러면서 급하게 사람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는데, 여간해서는 인재들이 모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공 대표는 "지금은 탄탄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직률 낮은 기업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세이프텍리서치가 직원 6명에서 현재 35명 정도로 늘어나는 동안 회사를 옮긴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실험실에서 시작한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0년까지 혁신형 기술창업을 한 기업의 평균 고용 규모는 9.5명으로 일반적 창업 기업의 평균치인 2.85명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의 5년 이상 생존율도 실험실에 기반한 기술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곳들이 80% 이상 살아남았다. 반면 일반 창업 기업은 생존율이 27%에 그쳤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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