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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뻥튀기 논란" 파두, 이러다 상폐?…"사기 상장" 뿔내던 개미들 "덜덜"

김사무엘 기자 / 2023-11-14 16:01

"뻥튀기 논란" 파두, 이러다 상폐?…"사기 상장" 뿔내던 개미들 "덜덜"

반도체 팹리스(설계) 업체 파두가 사기 IPO(기업공개) 논란에 휩싸이며 충격을 받은 투자자들이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규정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사라진 매출 탓에 자칫 상장폐지로 가지 않겠냐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상장폐지까지 가기는 어렵지만 IPO 과정에서 매출이 급감한 사실을 인지했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파두의 3분기 매출액이 급감한 것과 관련해 상장할 당시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증권신고서 상 기재된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 간 괴리가 크게 벌어진 이유에 대해 회사와 상장 주관사(NH투자증권)로부터 소명을 듣는 차원이다.

올해 IPO 대어로 주목 받았던 파두는 지난 8월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한 실적이 어닝 쇼크로 나타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97.6% 급감한 3억여원으로 나타났고 2분기 매출은 5900만원에 불과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44.6% 감소한 180억원인데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올해 매출액 목표치 1203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파두가 사기 IPO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PO가 한창 진행되던 7~8월은 어느정도 2분기 실적을 인지할 수 있던 시점인데 회사측이 매출 급감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상장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6월3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올해 1분기 실적만 담겼는데 매출액은 전년 대비 53.6% 늘어난 177억원이었다.

이 같은 의혹에 파두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NAND(낸드 메모리)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 침체로 당사 실적에 직접적 타격을 줬다"며 "이부분은 당사가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 그 규모 및 기간 등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회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파두의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이거나 분기 매출액이 3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에 지정된 이후 다음해에도 매출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파두의 경우 실적 요건에 따른 상폐 사유는 적용받지 않는다. 파두는 별도 기준 2분기 매출액이 2억원, 3분기 매출액이 1억5000만원으로 정량적 기준으로는 관리종목에 해당하지만 기술성장기업은 상장 이후 5년 간 해당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다.

자기자본 50%를 초과하는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 역시 기술성장기업은 5년 간 예외다. 일반적으로는 최근 3년 간 2회 이상 이 기준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이다.

또 다른 상장폐지 요건은 상장 서류의 허위 기재다. 상장 심사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 등에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중요한 사항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누락하는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 또는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정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코오롱티슈진이다.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는 실제와 다른 성분 표기로 2019년 5월28일 품목허가가 취소됐고 이날 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코오롱티슈진이 상장 심사와 관련해 제출한 서류 내용 중 중요한 사항의 허위기재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해 8월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했고 2달 뒤 열린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는 12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한 심의 과정을 거친 결과 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이 개선계획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보고 지난해 10월25일 거래를 재개 시켰다. 2019년 5월29일 거래정지 이후 3년5개월만이었다.

파두 역시 상장 과정에서 허위로 서류를 제출했거나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고의로 누락한 정황이 있다면 상폐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파두가 상장폐지까지 이르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2~3분기 실적 부진을 고의로 숨겼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6월30일은 2분기 회기가 끝난 시점이긴 하나 회기가 끝났다고 바로 실적을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대략적인 실적을 파악할 수 있다 하더라도 외부감사를 받지 않은 미확정 실적을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IPO 과정에서 IR(기업설명회)를 하면서 확정되지 않은 실적을 언급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상장일(8월7일)은 반기보고서 마감일(8월14일)보다 전이었으므로 실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제시한 실적 전망치와 실제 실적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것도 무리다. 이 애널리스트는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 제시는 의무가 아니고 하는 기업도 많지 않다"며 "상장사나 주관사는 나름 합리적인 기준으로 실적을 추정했을 텐데 이를 사기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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