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회장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네요^^

장관 못 뽑은 중소벤처부, 주식 백지신탁 탓?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이끌 신설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초대 장관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았지만 18개 정부 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장관 공석인 상태로 남아있다. 당초 중소기업계에서는 정부조직 개편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장관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중소벤처부 안팎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주식 백지신탁 제도에 발목 잡혀 청와대가 쉽사리 장관 후보를 못 정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창업과 벤처기업 지원을 맡는 중소벤처부의 수장(首長)으로 기업인 출신을 선호하지만, 정작 기업인들은 장관직을 맡으면 자신의 주식을 모두 팔아야 하는 주식 백지신탁 제도 때문에 청와대의 러브콜에 쉽게 답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로는 현재 박영선 의원, 윤호중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이무원 연세대 교수, 한정화 한양대 교수,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등 정치인·교수들과 함께 게임회사 웹젠의 창업자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셋톱박스 업체 휴맥스의 변대규 회장, 저가 항공사 이스타항공그룹 이상직 회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을 아는 기업인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기업인 출신으로는 김대중 정부 시절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나 노무현 정부 시절 진대제 전(前) 정보통신부 장관 등 전문 경영인 출신은 더러 있었지만, 벤처기업 창업자가 장관직에 오른 사례는 거의 없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초대 장관 후보자로 김종훈 전 벨연구소 사장을 내정했으나 미국 국적 소지 논란 등으로 자진 사퇴했다. 김 전 사장은 통신장비 업체 유리시스템을 설립해 나스닥에 상장한 창업자 출신 기업가다.

문제는 ‘성공한 창업자’가 장관를 맡으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설립한 기업을 매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시행된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고위 공직자의 업무 관련 기업 주식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장관에 임명되면 보유 주식을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신고해야 하며, 위원회가 직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한 달 안에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신탁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2개월 내에 주식을 매각한다.

예컨대 웹젠 대주주인 김병관 의원(지분율 26.72%, 주식 가치 약 1500억원)이나 휴맥스홀딩스의 변대규 회장(35.68%)과 같은 창업자는 경영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김 의원은 “청와대에서 중기부 장관 제의가 오면 수락하겠느냐”는 질문에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웹젠에는 나를 믿고 입사한 직원들과 투자한 주주들이 적지 않은데 나 혼자 덜컥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기업인은 “1~2년짜리 장관 하려고 평생의 업을 포기하는 창업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주식 백지신탁은 민간에서 성공한 인재들의 공직 봉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고위 공직자 인재풀을 급격히 위축시키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2013년에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중기청장 취임 전날 사임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황 대표는 “재직 기간 주식을 제3자에게 맡겼다가 재직이 끝나면 도로 가지고 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청장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작년 10월에는 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 같은 이유로 취임 4개월 만에 사퇴하기도 했다.

중소벤처부 장관 선임이 늦어지면서 오는 22일~31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 보고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중소벤처부 관계자는 “중소벤처부는 이번 업무보고 기간에서는 빠지고 다음 달 초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