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美이어 유럽시장 적극 공략…세계 전기차 충전시장 선점
황호철 시그넷이브이 대표
1997년 대우重 떠나 창업
日마루베니와 끈끈한 인연
전기차 충전기 세계 2위
전체매출 80%가 해외시장서
효율적인 유지보수가 경쟁력
입력 : 2018.11.18 17:03:01
사진 황호철 대표가 고양시 일산 본사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글로벌 2위에 올라 있는 시그넷이브이 황호철 대표의 책상에는 독일 역사책과 일본어 회화책이 놓여 있다.
"유럽 전기차 인프라스트럭처 시장의 중심은 독일이죠. 독일 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는 다가가기 어려워요. 일본어는 협력사인 마루베니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 필요해요. 마루베니 담당자들이 시그넷이브이와 가까워지면서 제법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니 나도 일본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죠."
시그넷이브이가 세계적인 충전기 회사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5대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의 도움이 컸다. 인지도가 낮은 시그넷이브이를 대신해서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공급해줬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전력 생산의 10%에 관여할 정도로 전력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마루베니 입장에서도 시그넷이브이는 고마운 회사다.
처음에 프랑스의 한 회사와 충전기 사업을 함께하려 했는데 고장이 너무 잦았다. 마루베니가 전 세계 기업들을 수소문해 찾아낸 충전기 업체가 바로 시그넷이브이였다. 두 회사는 10년째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유럽 시장은 시그넷이브이가 한 단계 더 성장하게 해줄 `기회의 땅`이다. 내년부터 유럽에서는 대규모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가 구축될 예정이다.
2020년까지 유럽 전역에 400여 개 충전소가 설치돼 최대 350㎾ 용량의 전기를 제공한다. 국내 급속충전기 충전량이 약 45㎾ 수준임을 감안할 때 충전 속도가 무려 8배 가까이 빠른 셈이다. 사업 주체는 독일 빅4 카 메이커인 BMW, 다임러, 포르쉐, 폭스바겐에 미국 포드가 가세한 합작법인 `아이오니티`다. 아이오니티 본사는 독일 뮌헨에 있다. 황 대표가 최근 독일 역사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시그넷이브이는 아이오니티 수주를 자신하고 있다. 현재 EA(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가 추진하는 `미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사업 레퍼런스 측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시그넷이브이의 강점은 유지보수에 있다. 다른 전기차 충전기는 유지보수를 위해 직접 기술자가 방문해야 한다. AS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그넷이브이는 모듈 구조여서 엔지니어가 직접 가지 않아도 모듈만 보내주면 본사에서 고친 뒤 돌려 보내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시그넷이브이는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해외 AS 조직이 크지 않다.
황 대표는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2년 전인 1997년에 대우중공업을 퇴사했고, 이듬해 시그넷이브이의 전신인 시그넷시스템을 창업했다. 현대차·닛산·마루베니 등과 접촉하며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한 뒤 2010년부터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시그넷이브이는 전기차 충전기에서 전반적인 충전 인프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시그넷이브이가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글로벌 2위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연간 매출액은 316억원(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
황 대표는 "마루베니와 함께 충전 네트워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보다 원활한 협력을 위해 마루베니가 시그넷이브이에 지분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코넥스시장에 등록한 시그넷이브이 지분의 20%는 황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 그 외 지분을 벤처캐피털과 일반 주주 1000여 명이 나눠 갖고 있다. 조만간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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